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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墓地)에서

by 조희길

내 작은 죽음의 방 위로 귀또리 기어올라

가을을 알리는 청신호

복주산 계곡의 속살 보이는 물과 모래알갱이

반짝이는 맑은 빗살무늬

속세와 단절된 이 땅에 엽상색소의 전환이 시작되는

청정한 공기

버릴 것 죄다 버리고 비운 것 몽땅 비워낸

욕심없는 가슴에

그대 한 장의 서신이 날아들길 기다린다

빛나는 글줄이 아니어도 좋다

굳이 사랑한다는 표현이 없어도 좋다

다만 일상의 얘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들만

잔잔하게 들려주면 좋을일

아무 말 없이 마침표 하나만 찍더라도

그대와 나 ,나와 그대 사이

조용한 음악 소리 들리면

우리 사랑 전부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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