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천남성 꽃대가 불쑥 올라오던 날
내 나이 비슷한 감나무도 어김없이 싹을 틔웠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제
찬바람 부는 날 전기톱으로 네 목을 짜를 때
행여 붉은 피가 나면 어떡하나, 잎이 돋지 않으면 어쩌나
31살, 결코 어리지 않는 어린 아들이 걱정이 많았다잖아
어쨌든 둥굴레 꽃대도 황소 근육처럼 올라오고
애기 배꼽 같은 감잎도 뾰족뾰족 얼굴 내미네
머지않아 붉은 혀 같은 고고한 천남성 꽃이 필 테고
감꽃도 맺혔다, 떨어질 것이다
허기로 배 채우던 유년의 떨떠름하고 달콤하던 감꽃
그 찬란한 봄날의 그리운 유영
눈 시리게 보고픈 아침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