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 아니라 1.5년을 쉬고 싶다
필연적으로 업무용 휴대폰을 별도로 가지고 다니기 시작할 무렵 부터
내 일상은 오로지 전화와의 전쟁이다.
전화로 기인한 스트레스는 단순히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감정들을 오롯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피로감과
이제는 익숙하게 된 단어인 괴로움이란 결실로 내면에 차곡차곡 적립되어가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늙어가는것을 받아들이는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스스로 피폐해 지는 것은 뭐랄까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이다.
그러다 보니 아주 괴로웠던 시절도 추억으로 남게 된다.
비오는날 대리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퀘퀘한 비린내를 견뎌 냈던 그시절
군화가 다 젖어서 짜증나던 그 시절도 그립다.
이게 바로 추억보정의 힘인가 보다
나이가 먹을 수록 세상이 녹녹치 않음을 느낀다.
3년간 변변한 휴가도 없이 지냈던 내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
1.5일의 짧은 휴가 기간에도 어김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마디 "괴롭다"
오늘은 정말 괴로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