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요즘 들어 바빠지는 걸 보니 연말이 다가온다는 것이 몸으로 와닿는다.
건강검진을 하는 병원들은 연말이 되면 일 년 중에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미루고 미루었던 검사들을 마지못해 하러 오는 사람들로 병원의 대기실은 하루 종일 북적북적거린다.
오늘은 L 씨 이야기다.
여느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미루었던 건강검진을 연말에 맞추어 검사받으러 왔다.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고 아픈 곳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위내시경을 먼저 해보니 위궤양이 심한 것이 위암의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위궤양이 보이고, 궤양이 깊이도 깊고 크기가 커서 저직검사를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검사를 모두 마치고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조직검사를 했으니 결과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4일 뒤 응급으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확인해보니 역시나 위암이었다.
어찌 보면 청천벽력과도 같은 얘기를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의대에서는 학생 때부터 “나쁜 소식 전하기”라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의 대화 방법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과 의사로서 사망선고 라든지,
중환자의 상태 설명이라든지 수많은 “나쁜 소식”
전하기를 해보았지만,
언제 해도 참 어렵다.
“음.. 우선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에서 위암으로 진단이 되었습니다. “
“몇 기인 가요?”
“지금 한 검사만으로는 몇 기였는지 알 수는 없고, 진단을 위해서 앞으로 추가적인 검사들이 필요합니다. ”
“수술을 할 수 있는가요? “
“수술 가능 여부를 포함하여,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 병기에 대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암을 진단받고 처음 설명을 듣는 환자들은 대부분
병기 및 치료 방법에 대해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
또 한편으로는 충격을 받고, 멍하게 설명을 하는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전달해도 나쁜 소식을 전한다는 사실은
항상 어렵다.
물론 나의 어려움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훨씬 더 큰 고통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의사로서 진료를 하다 보면 나쁜 소식을 전할
일들은 많을 것이지만, 좀 도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