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덕질 역사를 말하자면, 아주아주 길다. 덕밍아웃을 하자면, 나는 지금도 아이돌 덕질 생활을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글을 써야 지금 현재의 아이돌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오랫동안 아이돌 덕질을 해왔고, 추억이 참 많다.
내가 본격적으로 아이돌판에 뛰어들며 열광을 하게 된 건, 2017년이었다. 그 당시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위해 오전에는 카페일을 하고, 오후에는 공부를 하며 나름 치열하게 살던 내가 접하게 된 프로그램이 있었다. 국민의 선택으로 아이돌을 만든다는 명목하에 101명의 연습생 소년들의 초대형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서 101>시즌2였다. 일명, 우리는 "프듀"라고 줄여서 부르고는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매주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라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음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하루에 4-5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하고 또 일을 하러 나가야 돼서 새로운 것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내 삶은 그야말로 척박했다. 그런데, 일하는 카페에서 프로듀서101 시즌2 프로그램에 대해 듣게 되었고, 여기저기 끼어들어서 아는 척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카페 사장은 프로듀서101 시즌1이 여자 편이었다며 아이오아이가 데뷔한 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나를 그 프로그램이 나를 사로잡은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들이 갖고 있는 ‘히스토리’였다. 커피를 만들면서 단 한순간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돈을 벌어야 되니깐 묵묵히 일을 하며 내 꿈을 조금씩 키워가던 나는 연습생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투영시켰던 것 같다.
미래의 까마득함과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불안으로 둘러싸이고, 하루아침에 넘어설 수 없는 실력이라는 한계에 계속해서 부딪치는 그들의 모습이 나와 같았다. 카페 알바가 끝나면, 다시 카페로 가서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하다가 돌아온 나는 내가 해낼 수 없는 부분의 영역에 있어서 좌절하며 혼자 이불속에서 눈물을 훔치고는 했다. 그런 내가 <프로듀서 101> 시즌2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들은 큰 회사, 작은 회사, 혹은 회사가 없는 개인 연습생들도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가장 먼저 한 건, 레벨 평가였다. 오로지 실력으로 A에서 F등급으로 매겨지는 레벨 평가였다. 모든 아이돌 연습생들이 A등급을 받으면 좋았겠지만, 노래와 춤이 뛰어난 연습생들은 아주 극 소수였다. 춤을 아무리 잘 춰도 노래 실력이 부족하거나, 노래를 아무리 잘해서 춤실력이 부족해서 생각지 못하게 낮은 등급을 받게 된 연습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연습생들은 부족한 실력으로 인해 하나의 밈처럼 유행을 하기도 했다. <프로듀서101> 시즌2를 알리는 101명의 연습생 나야 나 무대에서 지훈이는 윙크로 알려지게 되고, 대휘는 센터로 알려지게 되었다. 합숙생활을 하던 아이돌 연습생들은 매주 어떤 모습으로 자신들이 방송에 나오게 될지 몰랐고, 어떤 부분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이 생길지 몰랐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나중에 악마의 편집 논란과 순위 조작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영상 속에서 아이돌 연습생들이 진심으로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어떤 거짓도 없었다. 매일 같이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돌 연습생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진심이 내 마음을 움직이며 나는 <프로듀서101> 시즌2에 열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