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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8. 2024

추억은 돌아오지 않아!!!



2022년에 개봉한 오세연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은 나의 10대를 바쳤지만,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연예인 오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 엄청나게 공감을 하는 포인트는 내 추억이 더럽혀졌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사람은 추억의 힘을 가지고 산다. 아무리 힘들었던 경험도 추억이 되면 기억이라는 포장지로 좋았던 순간들로 느껴지고는 한다. 또는 굉장히 인상 깊은 추억 덕분에 내 삶의 방향이 180도 달라질 때도 있다. 추억은 정말 삶을 버티게 하고, 좌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추억이 더럽혀지면 어떨까. 나의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그림에 마치, 똥물이 제대로 튀어서 다시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기분이다. 이런 더러운 기분을 부디, 한 명이라도 더 안 느꼈으면 한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그룹인지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나 또한 나의 최애로 인해 추억이 더럽혀진 적이 있고 나의 최애가 속한 그룹의 멤버가 구설수에 올라 그룹에 치명타를 입힌 적도 있다. 한때 "오빠"를 외치며 오빠의 모든 행동, 목소리, 모습들을 좋아했지만, 나의 오빠가 뉴스에 나온 순간.. 그 모습은 차마 좋아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연예인,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환상을 좋아하는 것이다. 연예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무대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의 모습을 봄으로써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고, 모든 게 지쳐버린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공부와 회사 업무 스트레스, 다양한 인간관계로 지쳐버렸을 때 웃게 한 것은 아이돌이었다. 하루 업무가 끝나고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아이돌을 보며 위로를 받고, 행복해하는데 어떻게 환상에 돈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챙겨주고 싶은 마음처럼 나는 온갖 앨범과 굿즈를 사들인 것이다. 서랍장을 가득 채운 쓰지도 않는 굿즈를 보고 있으면, 가끔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면 내가 환상을 좇는 건 치열한 경쟁과 시기, 질투가 난무하는 사회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환상을 좇으면 적어도 상대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오빠가 뉴스에 나온 순간 환상이 순식간에 깨지면서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되었다. 그 당시 좋아했던 연예인이 뉴스에 나온 순간, 나는 온 정이 떨어져서 바로 탈덕을 하며 한 번도 듣지 않은 새 앨범을 버리며 마음을 정리했다. 

참 신기한 건, 나의 동년배 친구들이나 덕질 메이트들은 꽤 많이.. 이런 상처를 갖고 있다. 그들과 나에게 상처를 준 최애에 대해 이야기하면, 억울함과 속상함이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오게 된다. 물론, 나의 최애가 돌아온 경우도 꽤 있다. 과거의 실수가 없던 일이 된 것처럼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서 여전히 웃고, 노래를 부르지만 이미 우리의 눈에는 그들의 환상이 깨져버린 뒤이다. 환상이 깨지면 비로소 감춰두었던 진실이 보이기 마련이다. 소속사의 힘으로 커버를 하고, 다시 이미지를 쌓아 올리려고 하지만 팬들은 이미 환상이 깨져 추억이 악몽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디에 가서 누군가의 팬이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팬을 부끄럽게 만들어버린 최애를 어떻게 다시 좋아할 수 있을까. 


과거에, 나는 우리 오빠들이 결혼을 안 하고 방부제 미모를 영원히 유지하며 텔레비전에 계속해서 나오기를 꿈꿨다면, 지금의 나는 모든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나중에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박수치며 나의 젊은 날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하며 나의 최애를 떠나보낼 수 있게 건강히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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