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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3. 2024

그 시절 오빠들과 그 노래 (3)



세 번째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세 곡의 후보가 있었다. 1999년 “어머니는 짜장면을 싫다고 하셨어” 노래 가사로 대한민국을 눈물의 짜장면으로 물들인 <어머님께>이다. 가난한 현실 속에서 철없던 자신과 희생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으며 노래는 큰 사랑을 받았다. 우리 엄마 또한 이 노래를 참 좋아하신다. 나도 이 노래를 좋아하지만,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가난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프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는 강한 사람이었다. 항상 씩씩하고 일을 하는데 적극적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좀 더 지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엄마는 결코 지금처럼 살지 않고 더 멋진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랬던 엄마가 무너졌던 순간이 있었다. 집주인은 우리 집에 자신의 친척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강제 이사를 말했다. 집주인이 나가고 난 후, 집안에 공기는 적막과 불안함으로 덮였을 때, 엄마는 차가운 냉장고 앞에서 한참 동안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버려질까 하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자식들에게 사랑이 큰 엄마지만, 현실이 힘들면.. 결국 가족이 흩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앞서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다. 결국, 내 생각한 미래는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 엄마는 누구보다 강하게 다시 일어나 이사를 했다. 가난에 대한 두려움과 무너진 엄마의 모습을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god <어머님께>를 3순위에 넣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후보로는 정규 3집의 타이틀곡인 <거짓말>이다. <거짓말> 노래는 사랑하는 연인을 향해 이제 싫어졌다고 헤어지자며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며 이별을 말하는 노래이다. 자신을 떠나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다. 이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이해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야 되지? 그 당시 이해할 수 없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온전히 그 마음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일단, 드라마에서 나오는 절절한 사랑을 한 번쯤 해봐야 이 노래를 백 프로 이해할 텐데.. 나이만 먹었지 젤리와 스티커, 아이돌을 좋아하는 내게 절절한 사랑은... 이번 생에서 불가능할 것 같다. 사실 <거짓말> 노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3순위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은 내가 알리지 않아도 이미 유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god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노래이기에 3순위에는 덜 유명한 곡을 넣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뽑은 세 번째 후보이자, 3순위로 뽑히는 노래는 4집 앨범에 있는 <다시>이다. 이 노래는 짝사랑 고백을 하려고 준비했지만, 좋아하는 상대가 떠나버린 걸 알고 후회하며 다시 만나는 날이 오면 놓치지 않을 거라 다짐하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수많은 타임슬립물 드라마와 영화가 떠오른다. 웰메이드 드라마 

<나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타임슬립에 굉장히 열광했고, 이어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타임슬립은 공식이 정해져 있다. 

현재에 문제가 생긴 주인공이 타임슬립 장치를 발견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생각지 못한 더 큰 문제를 마주하면서 계속해서 바꾸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이런 공식이 정해져 있는데도, 사람들이 타임슬립물에 꾸준히 좋아하는 건 아마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 때문 아닐까? 싶다. god의 노래 <다시>의 가사를 살펴보면 “행여 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정말 다신 절대 놓치지 않을 거라고”하며 계속해서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결심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때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후회와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 속이 참 투명한 소주를 비우고는 한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미래의 나는 과연 어떤 후회도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모든 걸 가질 수 없다.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은 어린 시절을 겪은 나는 돈은 못 벌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순진했다. 세상에 찌든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의 소원처럼 돈은 못 벌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하루하루 버티면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만 내 삶을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지금의 가치보다 미래의 가치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며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하고는 한다. 후회를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큰 가치를 두고, 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는 것이다. 때로는 힘들어서 무너질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나는 버티고 있다. god의 <다시>는 사랑노래이지만, 나에게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거라는 희망적인 노래로 다가온다. 과거에 god는 내게 삶을 지탱해 준 희망이었고, 지금의 god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이고, 언제든 힘들 때 돌아갈 수 있는 고향과 같다. 하늘색 풍선으로 물들여진 콘서트장에서 god를 외치던 나는 새로운 인생의 챕터로 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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