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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29. 2023

그 시절 오빠들과 그 노래 (1)



god 오빠들을 향한 마음을 살포시 접고, 바로 다른 가수의 챕터로 넘어가기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 관종 오타쿠이다. 이런 내가 god 오빠들의 노래를 알리지 않고, 다른 가수로 넘어가는 것은 팬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마음을 접기 전, god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2001년에 나온 4집 앨범 타이틀곡인 <길>이다. 

이 노래가 나왔을 때 한창 따라 부르며 좋아했는데, 벌써 12년이 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당시 과자 한 봉지면 삶의 만족도 최상으로 가성비 좋은 초등학생인 내가 <길>을 좋아한 건, 현실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은 어린 나에게 계속해서 성숙해질 수밖에 없도록 시련을 주었다. 가난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까마득함, 친구들과의 문제로 세상에 대한 불만이 머리끝까지 가득 찼을 때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길의 가사를 살펴보면,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god <길> 노래 중-]


어릴 때부터 나는 꿈이 엄청나게 컸다. 주변에서는 “되겠어?”라는 말과 함께 응원이 아닌 의문과 비웃음을 던지고는 했다. 가진 게 없었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이유로 온갖 무시를 당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꿈을 향해 걸어갔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전공을 선택해 원서를 내야 될 때,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친구는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포기하고 취업이 잘 되는 학과에 지원하더니 결혼을 했고,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던 친구는 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그 당시 자신의 꿈을 지켜내지 못한 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꿈의 가치가 그렇게 바꿀 수 있는 건가? 의문이 들면서 나는 계속해서 나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나를 걱정했다. 여행 자금을 모으려고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의 사장도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쟤 어떡하니” 걱정을 가장한 험담을 했다. 꿈을 좇는다는 건, 사람들의 온갖 험담과 비난, 무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현실 감각 없고, 정신 못 차리는, 뛰어난 재능도 없이 눈만 높은 사람이었다. 친한 사람일수록 더 나를 한심하게 보고, “너니깐 얘기하는 거야”하며 나를 생각해 주는 척 꿈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말을 뱉어내고는 했다.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고자 했을 때 불안과 부정이라는 환상의 콜라보가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내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상과 벗어나 내가 꿈을 직업으로 삼고, 나아가고 있을 수 있었던 건 god의 노래였다. 

god의 <길> 노래를 들으며 나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추운 겨울의 깜깜한 밤을 걷고는 했다. 


계속해서 하다 보니, 나와 같은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길을 걸으니 외로움과 부정적인 시선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남의 일이라고 쉽게 떠들어대던 모든 이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오래된 친구라도 하더라도 응원을 빙자해 무시하고 험담하는 자들과는 결코, 좋은 꼴을 볼 수가 없다.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들은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길> 노래는 꿈을 꾸며 불안해하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가끔 일을 하다가 슬럼프가 올 때도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내가 이 꿈을 얼마나 좋아했고 간절했는지가 떠올라 다시 일어서게 한다. 노래가 가진 힘을 참으로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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