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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성공한 회사 대표의 인터뷰를 보고서

일이 잘 풀리고 낙천적으로 비저닝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그와 동시에 굉장히 안 좋은 상황까지 함께 고려하는 버릇. 사업하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내일도 제안 미팅이 있고, 또 며칠 뒤에도 제안 미팅이 있고, 다른 하나 기다리는 연락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누구나 아는 'K'사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또한 수주했다.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제안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큰 프로젝트 수주는 사실 겉보기에 매출은 커지지만 수익은 적고, 이미 불완전한 상황 속에 지출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용'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거래 금액을 떠나 장기간 함께 해 온 거래처 대표, 이사분들이 여러 주변 브랜드들을 연결하고 강력하게 추천해 주고 계신다. 이 또한 '신용'을 쌓는 쾌거라고 나는 자부한다. 모두 훌륭한 포트폴리오 결과로, 연이은 레버리지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에 '식구'가 늘었다.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며 더 단단한 조직이 셋팅된다. 누군가는 다 할 수 있다며 공수표를 늘어놓고 뻥튀기된 이력과 연봉을 증명은 커녕 아주 기본적인 근태 문제부터 메이드되지 않고 말만 늘어지는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고. 그 사이에 다른 누군가는 그 자리가 너무 절실하다는 마음을 보인다.


소개해 준 특정 프로젝트가 너무 하고 싶다는 사람, 연락을 계속 기다렸다는 사람들은 마음 속에 계속 어른거린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들인 분들은 훨씬 더. 정말 훨씬 더 검증하고 또 검증했고 공을 들였고, 사람에 진심인만큼 냉정해지기도 한다.


마케팅 대행업을 하면서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는 실력이나 BM만 바뀌는 걸로는 안된다. 악질적인 급여 수준도 바뀌어야 하고, 여러 불가항력에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걸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클라이언트에게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기 위해 분기별 성과금도 명시하고, 직원들이 싫어하는 걸 안하려고 열심히 사람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요구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감안한다. 아니, 사실 그런 걸 해본 적이 없긴 하다. (요구는 무슨, 간곡한 부탁 정도는 가끔 한다..) 나는, 인하우스 브랜드들에 재직하며 그 중 대기업 계열의 큰 회사에서 지낸 때가 있는데. 계약서라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지도 누누이 봐 왔고, 당시 위의 몇십년차 시니어들이 어떤 갑질을 하는지도 똑똑히 봐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업을 하겠답시고 나와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클라이언트 분들은 굉장히 나이스하다라는 말을 가끔 하고 있다. 이 말을 앞으로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내가 실무 뿐 아니라, 여러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1.5명부터의 투입을 기준으로 BM을 빌드업하고 있다. 시니어 디렉터와 실무진 한명이 함께 투입하는 것. 정말 실력있는 팀장급들이 많아지기 전에는 나도 직접 디렉터로 참여한다.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클라이언트 분들을 모시면서도, 그들에게서 말 한마디라도 파트너십 이상의 처우를 받게 된다.


소수 브랜드 전담이라는 신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포트폴리오의 균형감을 갖추고 있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아무리 겸손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해도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비용을 따로 빼 두게 된다.


고마움을 표하고 서로 파트너처럼 오랜 기간 함께하는 클라이언트 분들 뒤에서는 남다른 마음 고생도 많았다. 아마 노력하는 결과에 대해 인정하고 도와주는 클라이언트 분들이 있어서 올해로 넘어와서도 확장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감사하다.


어떤 곳은 RFP도 공식으로 보내지 않고 몇 십장짜리 제안과 아이디어만 빼 먹는 곳도 있었고, 오간 내용이 뻔히 있는데도 대금 입금 때 연락이 끊기는 곳도 있었고, 별 황당한 소리를 하는 여러 사람들을 거쳤다.


마케팅 대행업의 안좋은 행태가 계속되는 건 결국 누군가는 덜 받고 그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인데. 이것의 해결법은 역시나 '을의 비범함' 밖에는 없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니 조금 더 챙겨주는 곳에 맡기려는 것이니.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백번 이해한다. 나는 담당하고 있는 거래처 중 절반이, 조심스럽지만 Lock-In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입금되면 훨씬 더 정성과 좋은 결과를 다하는 중생으로 살아간다.


이제 이전보다 더 훌륭한 인력과 인프라를 셋업했으니, 더, 더 갈아넣으면 된다.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하면 성과가 날, 설득해야 할 기획들을 내부에서 정리중이다.




토스 대표님은 어느 유명한 인터뷰 영상에서 창업의 길을 표현할 때 이런 말을 썼다. 누군가는 당신을 반드시 고소할 거고, 당신도 누군가를 반드시 고소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다행히 매번 먼저 숙이고 웃으며 넘어가느라... 그런 소리를 듣거나, 그런 경우를 겪은 적은 한번도 없는 듯 한데. 점점 더 고소를 하고 싶은 건은 몇 차례 목젖까지 차오른다. 안타깝게도 주변 많은 대표님들의 조언처럼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그런 일들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 어떤 변수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태도와 행동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믿는다. 이 업의 본질은 늘 마케팅 실력과 인프라에 있다. 작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영업없이 모시는 클라이언트 분들을 여럿 확대하고 있다. 덜 버는 구조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의 핏에 맞게 마케팅 믹스를 짜고 있고...



주절주절. 오늘도 참 좋은 하루였다...

언젠가부터 가슴이 퀑하고 막혀 있는 느낌이긴 한데. ^^

웃는다. 대비한다.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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