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50대 초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부동산 분양 현장의 영업 일을 전전하는 동안, 운전도 체력도 약한 내 어머니의 생활을 지탱해 준 건 다름 아닌 블로그였다. 최근 어머니에게 블로그부터 시작해 디지털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해 가르쳐 드렸다.
60대 나이에, 두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참 예쁘셨다. 오랜 기간 크고 작은 기업체만 대상으로 해왔지만 가끔 소상공인이나 개인사업자 분들을 컨설팅하거나 교육하다 보면. 돈과는 별개로 자꾸만 도움을 드리고 싶다.
1. 수많은 사람들의 빛, 블로그 이야기
어머니의 블로그는 다른 부동산 분양 영업인들의 질투를 사곤 했다. 투박하고, 정체성이 한눈에 잘 보이지 않고, 양질의 엄청난 컨텐츠가 모여 있는 것도 아닌 도메인일 뿐인데도. 15년 전인 20대 초반부터 E-Business를 공부하던 나와 달리 어머니 세대 혹은 그보다 젊은 40대 이상 분들은 여전히 인터넷이 생각보다 어렵다. 발로 뛰고 이전 방식을 활용해 세일즈는 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현수막과 전화 영업으로 바쁜 그분들의 눈에 어머니 모습이 편해 보였을지 모른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 5시경에 블로그를 쓰셨다. 출근 시간이 2시간이 걸리니 일찍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오래 전 블로그로 성과를 한번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셨다. 하지만 점차 메타 광고와 같은 디지털 마케팅의 대행들이 침투하면서 수많은 분양인들은 너도나도 대행사에 돈을 내기 시작했다. 그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회사에서 1-2년 주니어 친구들한테도 시키면 그냥 하는 일인데, 이걸 이 돈 내고 맡긴다고?
나는 오랜 기간 스타트업들에서 마케팅을 하고, 프리랜서가 되고, 또 법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부터 스몰 브랜드 가끔은 1인 회사의 대표들까지 브랜딩과 마케팅 실적을 올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이력이 있고 신뢰를 주는 무언가가 있는지, 문의는 알아서 오고 그 중에 일부와만 일을 이어가고 있다.
늦었지만 어머니의 디지털 마케팅을 도와드리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을 상대하는 타이트한 감도를, 보다 쉽고 간단해 보이는 말과 행동들로 코칭 드려보고 있다. 블로그는 마케팅 비용과 온갖 노동의 힘듦을 조금은 줄여주는 작은 빛이다.
2. 기본적인 블로그의 모습은 쿠팡을 닮은?
브랜딩과 마케팅의 수많은 범위를 다루다 보면, 시장이 어느 패턴처럼 움직이는 걸 느끼곤 한다. 요즘 브랜딩이 중요해졌다는 게 블로그 마케팅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쿠팡의 상품 노출 구조를 닮았다. 최저가와 제품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쿠팡의 상품 리스트 페이지는, 명확한 정보 전달 여정의 블로그와 유사하다. 모바일로 블로그를 들어가보면 브랜드의 명칭과 슬로건, 다루는 카테고리들보다는 특정 정보 컨텐츠가 돋보인다.
쿠팡은 훌륭한 BM이지만, 판매자들의 고초가 많은 플랫폼이기도 하다. 내 브랜드에서 올린 3만원짜리 제품을 누군가가 2만 9천원에 상품 등록해서 판매를 시작하면? 소비자들에게는 2만 9천원짜리가 최저가로 뜰 뿐, 오리지널 3만원 브랜드의 명칭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2만 9천원 브랜드의 명칭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블로그는 브랜딩보다 정보 전달 기능에 더 충실한 게 기본이다. 우리가 어떤 원하는 검색 키워드와 컨텐츠를 봤다고 해서 그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추가하거나 바로 이웃추가를 하는 등 액션을 취하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물론 블로그 품질과 양질의 포스팅은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가지지만. 대부분의 블로그 포스팅이 비슷비슷하며, 또 AI로 초안을 잡는 요즘 행태는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 블로그를 기본적으로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쿠팡의 이야기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
3. 상위노출 잡는다고 다 매출은 아니다.
가끔 상위노출도 잘 잡히고 하는데 고객 유치가 안되는 경우가 있다. 블로그의 노출 로직을 알고, 원칙을 익혔고, 꾸준하게 포스팅하며, 성과도 보이는데. 어떤 날은 블로그를 통해 콜(잠재고객의 연락)이 떠서 좋아하시고 어떤 날은 콜이 안 뜬다며 가라앉아 계신다. 단순히 경쟁자가 많아지고 시장이 악화된 이슈일까? 그렇지 않다.
정보전달성의 블로그에서도 브랜딩과 컨텐츠 여정이 중요하다. 비슷한 컨텐츠도 '화자(전문가)'가 있는 채널은 차별성을 만들어 주고, 정보(Information)에 약간의 의견과 지식, 경험을 더 섞어주면 지식(Knowledge)이 된다. 블로그는 마케팅 비전문가들이 본인 하고 싶은 말과 가치를 쉽고 직관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연습 창구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브랜딩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브랜딩의 요소를 활용해 블로그를 더 경쟁력 있고 입체적으로 세일즈 채널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체들이 인플루언서(ex. 유튜버 제품 협찬) 마케팅을 할 때에도 요즘은 단순히 컨텐츠 하나 올리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의 라포(친밀함)와 신뢰가 쌓여 있고 브랜드와 핏(Fit)이 잘 맞는 채널들을 컨택한다. 블로그도 동일한 결이다.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불경기에도 수많은 스몰 브랜드가 생겨나는 현상은 결국 포지션과 맥락을 잘 잡고 본인들만의 고객을 작더라도 잘 관리하고 유치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포털이 블로그를 노출시켜주는 로직도 이전보다 훨씬 더 컨텐츠 본질에 가까워졌다. 얼만큼 컨텐츠를 오랜 기간 보고, 채널에 사람들이 체류하는지도 중요한 상위노출되는 채널 요건 중 하나이다.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고 댓글을 달아주고 하는지도 중요한 지표이다. (단순히 댓글 알바 같은 걸, 초보자 단계에서 생각하지 말라.)
4. 깐깐한 성격으로 만드는 세일즈 퍼널
요즘 누구나 고객 여정, 퍼널이라는 것만 잘 설계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들 홍보한다. 100% 틀리고, 또 100% 맞는 말이다. 광고비 1원 없이, 팀원 1명 없이, 브랜드 인지도가 0인 상태에서도 잘만 여정을 설계하면 몇 억의 매출을 만들 수는 있다. 잠재고객을 모으거나 다른 형태의 레버리지도 가능하다.
그런데, 팔 상품이나 서비스는 잘 준비되어 있는가? 제품(Product) 자체가 브랜딩과 마케팅이 되는 것이 가장 기본 요건이다. 최고의 요건이 아니라, 그게 '기본'이다. 마케팅 투자 없이도 오가닉(자연발생적)으로 2-3명 최소 인건비는 줄 수 있는 단계부터 시작이다. 별도의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게 아니라, 본인의 서비스와 이력, 역량 자체가 서비스라면? 당신은 어떻게 소개되고 활용되고 있는가?
내 어머니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10년 정도의 서울경기권 분양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여러 관련 현장을 다니셨는데, 그 이력들을 모아 따로 정리해 드린 것이다. 프로필 사진도 만들어 드린다. 톤앤매너를 정비하고 컨텐츠의 결을 어울리게 다시 잡고, 가독성을 높이며, 성과 지표를 만들어 드린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의 본인만의 채널을 키우고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 중 대부분은 아직 2-3명의 인건비를 줄 여력이 없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작이 반입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주 2개씩 1개월간 꾸준히 목적으로 컨텐츠 포스팅을 시작하고, 매일 컨텐츠 지표를 확인하고, 주 단위로 채널 품질을 모니터링하며, 매일 두번씩은 어떤 다른 SNS가 잘 되고 있는지 유사 채널들을 비교하는 꾸준함이다.
마케팅의 진짜 자동화는, 단순히 AI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본인 실력이 기본 이상이 되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우리 어머니는 당신만큼이나 깐깐한 아들을 만나 제대로 배우고 계신다.
*매주 수요일. 일기처럼 기록합니다.
#새벽마다블로그쓰는엄마에게걱정이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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