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업종은 유입 퍼널에서 서로의 메시지를 따라 하는 일이 겉보기에 매우 간단하다. 조금 더 브랜드를 홀릴만한 메시지와 톤 앤 매너, 후킹 포인트와 서비스 강점을 어필하려고 다들 혈안이 되어 움직인다. 홈페이지 디자인을 여러 곳에 기획안 공유 형태로 의뢰하거나, 이례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광고 홍보비를 집행하면 어김없이 비슷한 상세페이지들이 새로 런칭된다. 커머스도 마찬가지고, 세상 어떤 분야든 그런 어수선함이 있다. 인하우스 직원들이나 대행사 포지션 간에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 트렌드가 무슨 주식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게 아닌 이상. 조금의 속도 차이는 있어도 결국 서비스의 깊이감과 포트폴리오, 커뮤니케이션이 뛰어난 곳들이 오래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들에서 어떤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도 그랬다. 어차피 다들 비슷한 세태에 비슷한 생각을 하며 준비하고 선보인다. 브랜드의 여정을 미리 잘 생각하고 플래닝 해서 내놓는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AB테스트나 MVP 검증을 하는 단계도 명확한 가설 검증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본 요소는 갖춰야 한다. 그러니 요즘은 크게 속도나 서로에 대한 카피캣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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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크루들을 많이 모으고 있다. 사무실 쉐어를 내주고, 웃돈을 얹어 내 일을 맡겨 보고 하며. 납기일을 지키고 태도가 좋고 기본 이상을 하는 분들을 모은다. 그 신뢰는, 이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돈 되는 건을 나에게 준다는 믿음과 이해관계에서 온다. 기싸움을 해 오는 분들도 늘 많이 만나지만, 그러려니 하고 그들의 훌륭한 점을 칭찬하고 또 칭찬하며, 함께 해줘서 영광이라며 파트너십을 의뢰한다. 돈이면 다 될 것 같은 일들이 실상 그렇지 않다는 걸 조금씩 배우면서 지키고 있는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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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은 자기한테 맞는 옷을 입어야 행복하기 마련이다. 작년 한 해 나 개인에게 온 몇 천짜리 대기업 프로젝트가 몇 억의 법인 대 법인 프로젝트로 커졌다. 또 다른 대기업의 프로젝트도 들어왔지만 그 건은 놓쳤고. 기존에 봐주던 스타트업 마케팅 건들은 해당 경영진 분들이 주변에 몇 달씩이고 강매하듯이 추천해 주셔서 거래처가 늘어났다. 그렇게 대행사, 에이전시 대표라는 포지션으로 관리자 겸 실무 담당자로 살았다. 굳이 어떤 영업을 하지도 않았고 소개를 받지도 않았으며 거래처를 물고 나온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대행업은 실력을 증빙하기 위한 용도로만 소수 브랜드에만 진행할 생각이고, 브랜드 교육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계속 의문도 있었다. 나를 보고 일이 들어오는데, 나랑 일하는 사람들이 다 나처럼 주인의식을 갖지 않고, 나처럼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이 서비스가 경쟁력과 의미가 어디까지 유지되나? 하는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대행 업종은 거래처를 늘리고 사람을 늘리며 중간 관리자를 앉히고 조직 구조로 이걸 해결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전략과 기획을 하고 싶다 계속. 본질이 와해되지 않도록. 그리고 여러 사람을 너무 가까이서 대하고 케어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인하우스 여러 곳에서 플레이어 겸 관리자로 있었지만, 직장 속 그 숱한 내부 정치질과 시간 낭비들을 관리하는 일은 굳이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고객 집착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쉬는 시간의 여유 속에서 다시 영감을 얻어 나와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한다. 온갖 휴먼 에러와 겉보기에만 있어 보이는, 직원이 몇 명이고. 회사가 어떻고 하는 얘기가 싫었다. 결국 본질적인 니즈는 예전에도 꿈꿔왔듯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과 컨설팅 업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보다 확실하게 피봇팅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번 홈페이지 개편이 늦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이미 새로운 홈페이지는 완성했는데. 방향이 안 맞는 듯해서. 비슷한 돈을 또 주고 엎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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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재미있게 일하자.라고 혼잣말로 다짐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은 쉽게 해야 하고, 리소스를 덜 들여야 한다. 그런다고 일을 대충 하거나 성과가 안 나오는 건 아니니까. 인하우스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것 같고, to do의 과업이 산더미처럼 보이겠지만. 분기, 연간의 마일스톤과 브랜드 미션 하나를 명확히 하면 온갖 군더더기를 걷어 내고 핵심적인 우선순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당장 오늘내일의 돈벌이가 중요하고, 투자자 앞에서 일주일, 이주일의 성과를 보고하고, 경영진 앞에서 월간 실적을 발표하고 그런 일들을 해오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좋은 시니어들에게 배워 오다 보니 조금 알게 되었다.
이제 스타트업 9개 재직하는 동안, 무일푼에서 몇 억 매출 신사업 만든 퍼널링. 컨텐츠 채널들만 잘 빌딩 해서 광고 없이 브랜드 안착시킨 사례. 한 달 안에 피봇팅 하며 초기 성과 만든 브래드 사례. 65억까지 광고비 셀프서빙하며 여러 커머스와 교육 업종 등 스케일 업한 사례. CRM 하나 잘 빌딩 해서 숨어 있는 수익들 자동화 전환시킨 사례 등등. 몸소 체화한 경험들을 잘 전달해 보려 한다. 구글이나 메타 출신은 아니지만, 구글 코리아와 메타 코리아의 우수 크리에이티브 광고주로 선정된 브랜드의 출신 정도는 되고. 토스나 카카오 출신은 아니지만, 투자나 예산, 사람 없이도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의 그로스 해커 경험들이 있으니까.
그냥 작은 성공들을 빌딩 하기 위해 뒤에서 굉장히 많이 도전하고 실패해 봤다는 걸. 그래서 작은 브랜드가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고, 그 로드맵을 줄 수 있다는 걸. 활용하고자 한다. 어차피 인정이란 건 앞서 언급했듯 포트폴리오 그리고 정직한 이력, 커뮤니케이션에서 온다. 세상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괜히 나서서 까불고 싶지 않았지만. 앞으로 열심히 ‘나’ 개인을 팔아보려 한다. 곧 새로운 홈페이지와 유익한 행보로 인사 드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