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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싫어하던 사람이 말하는 '세일즈+디자인'

by 송건호


실용적인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브랜딩은 가끔 멀리 돌아가거나 겉을 둘러싸는 작업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브랜딩은 오롯이 매출과 세일즈와 직결됩니다.


오늘은 저처럼 무용한 브랜딩을 싫어하는 분들을 위해, 실제 생존과 직결하는 브랜드 7-8곳에서 인프라 없이 브랜딩과 마케팅을 함께 접목하던 제 경험을 비추어 씁니다.





1. 관계를 잘 다지는 세일즈가 곧 브랜딩


"저 집 장사 진짜 잘한다."

"저렇게 일하면 더 사주고 싶지."

"미안하게 만드네."

"저 사람 진짜 OO에 진심인가 봐."

"비싼 값을 하네."

"남는 게 있어?"

"이렇게까지 챙겨줘도 괜찮나?"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은 한 번씩 얘기해 보셨을 문장들입니다. 제가 오늘 어느 주니어 프리랜서 분과 줌미팅을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브랜딩보다는 관계를 잘 다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라구요. 당시 말은 아꼈습니다만, 원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CRM이라고 하는 것들이 다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요즘 작은 브랜드들을 위한 마케팅 교육 시장에, 새로운 원론처럼 많이 퍼지고 있더군요.


많은 분들이 브랜딩 하면 로고, 홈페이지 등의 디자인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말도 단순히 이미지나 시각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관리하는 분야 안에서 세부적으로 전문 영역들이 펼쳐지는 겁니다.


브랜딩은 곧 관계를 잘 다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세일즈가 먼저일까, 브랜딩이 먼저일까?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시각적이고 심미적인 감도 역시 너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브랜딩을 만들어주는 건 믿고 거래를 트고 있는 여러분들의 거래처, 고객/팬,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2. '브랜딩'에서 말하는 디자인이라는 것


"네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한번 디자인해봐." 즉 설계를 해보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이는가는 사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척도입니다. 그런데 이 시각적인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워킹하는데, 1. 기본적인 신뢰는 할 만한 곳인가 보네. 2. 여기 뭐야? 뭔가 다르네. 3. 명확하네.


이 글을 읽는 초심자(요즘 초심자는 수준이 높음을 감안하여) 여러분들은 일단 3번을 목표로 가야 합니다.


2번처럼 독창적인 컨셉을 잡고 싶다면 '정말 잘'해야 합니다. 잘한다는 건 심플하다는 거구요. 그럴 자신이 당장 없다면, 명확하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설명부터 문의, 구매, CS 등의 여정을 일관성 있게 디자인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한때 6개월 정도 제게 전략과 기획을 받아보던 월 몇 억 매출 내는 작은 커머스 대표님이 계셨어요. (제가 그 브랜드의 리포지셔닝을 잡을 때. 그러니까 브랜드의 모델을 새로 기용하고, 그를 활용한 캠페인을 기획촬영하고, 제품의 유래와 소재, 전문성을 활용해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 카피와 디자인을 새로 잡고, 제휴 위주의 새로운 마케팅 플랜을 전개할 때, 끊게 했던 대행사 대신 고객 참여형 프로모션으로 광고를 다시 접목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보이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경쟁사나 고객이 우리를 우습게 볼 수 있다." 라구요. 이건 단순히 디자인이 개성 있거나 엄청난 감도를 자랑하거나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왜 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고, 얼마에 어떻게 제공하고 있고, 사용했을 때 무엇이 좋고, 어떤 점을 감안해야 하고, 사용상의 어려움이나 환불, 교환과 관련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치면 되는지. 더 좋은 사용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디를 참고하면 되는지, 어느 유명인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 이 제품을 쓰고 있는지 등의 아주 기본적이지만 놓쳐서는 안 될 사항들을 명확히 하는 겁니다.


고관여, 저관여, 프리미엄, 하이엔드, 럭셔리, 생필품, 기념품 등 여러 맥락에 따라서도 그렇고, 깊이를 더해갈수록 디자인의 정의와 역할도 브랜딩에서 달라지겠죠. 하지만 위 과정부터 시작하면 돈 많이 안 들고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요.




3. 이번 주 회고


오늘은 작년 겨울에 만나 뵈었던 어느 대기업 부장님 출신 대표님의 스타트업 브랜드 이야기를 오랜만에 전해 들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었고,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가 몇 달 뒤에는 어떤 계획을 하고 있고, 그때가 지나면 같이 마케팅해보자. 자꾸 미뤄지는 이야기만 해서 미안하다.' 여러 이야기를 막 쏟아하시더라고요.


그저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를 꼭 같이 안 하셔도 된다는 마음으로 괜히 이것저것 더 알려 드렸습니다. (해그로시는 하이엔드 성과를 만들고 있는 기간제 마케팅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체 간 통합 마케팅 위주로 전략부터 실행까지 움직이다 보니, 또 성과를 보장하다시피 집중하니 사람 1명 혹은 2명 채용할 정도의 프로젝트 비용은 들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얻는 효용과 인프라를 2,3배가 되지만요.)


최근 해그로시와는 별개로 일을 하나 더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모으고 있구요. 제가 월급이나 용역비를 드리지 않아도 저와 함께 일을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어쩌면 브랜딩과 마케팅을 배우는 동안 똘망똘망 빛나는 눈빛을 보여주신 제 어머니가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의 계기가 되어 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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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브랜딩을 가르칩니다.


기업체가 아니더라도 꼭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연락은 가끔 짬내서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실제 컨설팅을 받지 않고 전화상으로 이것저것 슬쩍 물어보시는 것도 익숙하게 다 감안하고 있어요.ㅎㅎ


요즘 경기가 참 어려운 걸 체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지션과 효용이 명확한 곳은 살아남는 걸 목도합니다. 많은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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