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캐칭리뷰] 바다는 원래 까맣다.

수림문학상 제 8회 수상작 버드캐칭 독후감



오만가지 주접을 다 떨고 서른살 꼬리표를 딱 한달여 남겼다.

찬란하고도 꼬질꼬질했던 대학시절을 벗어나 오만하고도 촌스럽게 몰입했던 사회초년생 시절이 적당히 버무려져있는 십년이었다. 세상에서 나만큼 불쌍한 사람은 없을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고 혼자만의 세기의 사랑을 끝내고 난 뒤 깡소주를 벌컥이며 깊은 우울감에 중독되기도 했다. 지나보면 모두 추억이라는 멋들어진 말 앞에도 나의 진짜 젊은 날은 곱씹어봐도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1068568_341446_223.jpg 제 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범정 작가의 버드캐칭


서른살을 맞이해서 주접을 떨고 있는 방황자가 있다면 읽어봐도 좋을 소설 하나를 추천해본다. 제 8회 수림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버드캐칭. 소설은 서른살 김도형의 시점에서 각기 다른 듯 같은 이유로 방황하는 인물들을 마주한다. 소설은 다양한 삼십대 초반의 늦깎이 청년들의 방황과 관계 속 갈등에 주목한다.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누군가는 커리어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소중한 인연들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합리화 속에 내면의 문제를 더욱 깊은 곳에 묻어두기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성장하며 나 자신과 주변인, 주변환경과 자극들에 있어 끊임없는 소통과 갈등을 겪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해서 깊숙하게 파고들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 속 중요한 타인을 나름대로 정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희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사회생활이고 소설 속 지독한 사회의 악취를 풍기는 표부장이며 "어른"인 것이다. 소설 속 도형과 함께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이런저런 사람들의 체취와 상황들이 만들어낸 어른의 냄새와 오롯이 자기자신의 세상 속에서 간직하던 아기냄새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풋내를 풍기고 있다.


?url=http%3A%2F%2Fnewatlas-brightspot.s3.amazonaws.com%2Farchive%2Focean-floor-carbon-reservoirs-1.jpg 바다는 원래 까맣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소설 속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하는 검은색과 바다 그리고 검정바다멧참새가 그려내는 이미지가 재미있다. 어디로든 뻗어져 나갈 것 같은 새파란 템파베이의 푸르른 바다가 있다면 한없이 빨려들어갈 것 같은 태안의 검은 바다가 있다. 뭐든지 집어삼킬 것 같은 검은 밤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을 뚫고 하늘 끝가지라도 뚫을 수 있을 것 같은 새하얀 야구공이 있다. 검은색이 가지고 있는 무한하고도 흡입력 있는 이미지와 파란색과 하얀색이 가지고 있는 희망차고도 밝은 이미지가 번갈아가며 소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러한 이미지의 대립은 도형과 세현, 준영, 무부석사와 지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와 불완전하고도 모호한 상황들을 투영한다. 검은 진창을 열심히 헤엄치며 서로를 밀고 당기면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토닥이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멸종해버린 검정바다멧참새는 불확실성의 대표격으로 비춰진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만 같은 바다의 푸르름은 새카만 원유로 뒤덮였고 단체로 지저귀며 살아가는 참새의 재잘거림은 단독생활을 하는 멧새의 지저귐으로 대치된다.


1*A58lfLIvi5FRoDY7v5mrBQ.jpeg 검정바다참멧새의 모습


누군가가 주목해서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다면 개울의 천은 흘러갈 뿐이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지나오며 일궈낸 인연들은 그 자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철썩이는 파도가 있는 푸른 바다와 같이 생명력이 무궁무진할 것 같은 바다도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없이 어두운 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흘러가는 개울의 천에도, 어두운 심연에도 새로운 생명은 태어나기 마련이다. 찐득찐득하고 질척거리는 뻘에도 앙증맞은 게가 살아있지 않은가. 자기자신이 가장 불쌍한 이십대와 삼십대에게 그리고 도형과 지혜, 준영과 세현 그리고 무부석사에게도 이 소설을 써내려간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기분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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