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로드부비 #피아니스트 #돈 셜리 #KFC
APEC 행사로 젠슨 황과 이재용의 손에 치킨을 그냥 들고 먹는 모습에서 이 영화에 KFC (캔터키 후라이드 치킨) 을 먹는 장면이 떠올라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그 바로 튀겨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그 훌륭한 맛. 노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야무지게 함께 살점을 발라먹는 순간이 그들이 그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잘 느껴지는 장면이었기에 세기의 깐부치킨 치킨 먹방에서 그들도 동시대에 같은 여정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의 로드 트립 영화이다. 거기에 마음을 터치하는 음악과 유머까지 함께 있는 매력적인 영화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거리를 달리는 차에서 촬영하고 그 시대에 맞는 색상까지 표현하면서 먹던 그 뜨끈뜨끈하고 맛있어 보이는 치킨을 먹는 장면만 가지고 이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본 것은 아니었다.
1. 두 사람의 가는 여정을 통한 서로의 결핍을 채우고 변해 가는 과정이 다시 보고 싶었어. 차별이 심한 남부로의 흑인 피아니스트의 도전과 여러 갈등 속에 서로를 조율해 나가는 모습이 내 시간과 마음을 저 안에 잠시 두고 싶었다. 혹자는 이 영화가 화이트 세이비어 (white savior)의 서사로 인종 차별에서 백인 주인공의 도덕성과 주도적인 면이 강조되어, 영화 중간중간 나오게 되는 판매대에서 떨어진 행운 돌을 다시 주어서 놓는 것이나 재즈가 흐르는 바에서의 대화를 통해 들여다보면 멋대로의 백인이 흑인 주인공의 보호자로서 구원자로서 조력자의 역할로 변화하는 것이 더 강조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했어.
내가 보기엔 처음 부터 이 여정 자체가 흑인으로써 이 여정 자체가 자기 뿐만 아니라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보호와 구원자로써 시작되었고 그 도전과 변화는 이미 배경이었어. 영화 중간에 나온 이야기 처럼 천재성은 충분하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해서 이 피아노 투어가 시작된거라고 한 것처럼 이 여정의 존재와 의미가 돈 셜리에게는 변화 였던 것이다. 그 변화 하는 마음을 스토리에 풀어서 보여주는 영화여서 내 마음에도 그 강한 용기가 전달되는 느낌이었어. 지금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해서 다시 또 보고 싶었던 것인지 몰라.
2. 처음엔 못 알아볼 정도로 살찌신 아라곤 (비고 모텐슨/영화의 토니 립 역할) 형님의 역할에 푹 빠져들었어.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낸 가장 큰 이유야. 실제 토니 발레롱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생활 습관이나 말버릇을 익혔다고 해. 녹취한 음성도 들으면서 디테일을 살리고 실제 인물에 맞게 체중도 늘려서 몰입감을 더 높인 살찌신 아라곤 형님.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지 신기할 정도다.
'아레사 프랭클린 처비 체커, 리틀 리처드, 샘쿡 이 너의 사람들이잖아 어떻게 모를 수 있어?'
(이게 주인공 돈 셜리의 갈등이 묻어 있는 차별적인 대화 내용이라 미안한 마음은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긴 장발을 넘기면서 언젠가 인간의 용기가 꺾이고, 우정이 끊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 라고 영화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눈빛이 이 영화에도 살아 있었어.
3. 음악가를 다루고 음악에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는 영화를 자꾸 반복하여 보게 되는 경향이 있어. 연주하는 장면을 조금 시간을 두어 감정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장면이 있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었어. 그래도 나온 술집에서의 '쇼팽의 에튀드 겨울바람' 그리고 이어지는 재즈. 이 장면만 여러 번 돌려 보게 되더라고. 분위기와 춤추는 사람들 그리고 음악. 다시 보면 전체 영화가 다 떠오르면서 잠시 그 화면에 집중하게 되고 다른 생각이 없어지게 해주는 마법이 생겨.
어떤 사람은 좋았던 기억이 있는 장소에 가거나 음식을 먹고 싶어 해.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더 즐기는 것보다 좋았던 순간과 기억을 다시 찾는 걸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순간들. 필자도 그 좋았던 것을 다시 꺼내어 보면서 익숙한 이 영화를 또 언제 다시 꺼내 볼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