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성적이고 성공지향적인 아빠와 감성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엄마. 극과 극인 성향이 서로를 보완해주기보다는 밀어내고 깎아내는 관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엄마 아빠의 다툼들과 그 속에서 느꼈던 불안감은 여전히 생생한 아픔으로 남아있다. 다툼이 시작되면 나는 오빠 방으로 들어가 함께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며 현실에서 도망을 쳤다.
내가 미국에 건너온 지 몇 년 후, 엄마는 아빠와 크게 한번 싸우고 그다음 날 아무 예고 없이 짐을 싸서 외할머니댁으로 떠났다. 그 이후 아빠는 집을 팔아 시골로 이사를 갔고 그렇게 “우리 집”은 사라졌다.
별거를 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둘은 그 이후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 싸움도 없지만 공감이나 연민도 없다.
엉망진창 복잡하고 먹먹한 상황이지만 이 둘은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부부이다. 그리고 나의 엄마, 아빠,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