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페 Jun 15. 2022

변화

번아웃과 우울증의 원인을 뭐 하나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팀을 바꾸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현재 문제에서 그저 도망가는 건 아닌지 등등 끊임없는 고민과 죄책감이 있었다. 드디어 오늘, 새로운 팀 구조가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고, 새로운 디자이너에게 인수인계를 시작함과 동시에  새 매니저와 면담을 했는데 뭔가 벌써 좀 뚫리는 기분이다.


운이 좋게 새 디자이너의 스케줄이 여유로워서 내가 시작한 일을 바로 넘겨주기에 너무나 적절했다. 또한, 새 매니저가 현재 매니저보다 훨씬 편안하게 느껴져서 나의 어려움을 털어놓기 좀 더 수월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고마웠던 것은, 내가 유산의 경험과 그게 나에게 알게 모르게 준 영향들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는지 물어보았고, 10번 넘게 유산을 한 (!) 전 직장 동료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몇 번의 임신과 유산을 겪으면서 외롭고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희망이 느껴졌다. 또한, 현재 매니저가 나랑 잘 맞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유산이나 번아웃의 주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일은 제대로 못하고 내 힘든 불평만 하는 것은 아닌가, 너무 항상 같은 곳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죄책감이 들었다. 그냥 뭔가 이 매니저랑만 이야기하면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새 매니저랑은 처음부터 뭔가 잘 풀리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온다. 새 팀에 들어가기 전 최소 2주간의 휴식 기간을 갖는 것에도 합의가 되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었지만..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변화 요소들을 좀 따져보고 용기를 내서 하나씩 회사에 요구하길 잘한 것 같다. 다음 주부터 갖게 될 2주간의 급 휴가를 어떻게 쓸지 고민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존버가 답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