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페 Feb 21. 2024

9개월 차 워킹맘의 번뇌

작년 내 생일인 1월 13일에 아기를 출산하고 어느새 1년이 훅 지나갔다. 회사에 복직한 지도 벌써 거의 9개월이 다 되어간다.


멋지게 회복하고 육아도 살림도 일도 잘하길 내심 바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힘든 것은 나와의 싸움인 것 같다. 출산 후 몸도 계속 너무 안 좋았고 특히 두뇌 회전이 너무나 힘들어졌다. 일상생활은 괜찮은데 업무만 하면 뇌가 바로 정지해 버린다. 처음 복직했을 때는 거의 현실 감각 없이 붕 뜬 채로 몇 달을 보낸 것 같다. 복직 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처음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붕 떠있다.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결정 내리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들게 느껴진다. 이게 힘드니 당연히 일을 제대로 하기가 너무 어렵다. 무엇을 처리하건 시간이 배로 들고 자꾸 잊어버리거나 놓치는 것도 많고 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이끄는 대신 그냥 즉각 즉각의 반응만 겨우겨우 하고 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들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처음엔 그냥 완벽하려 하지 말고 일단 가늘고 길게 버텨보자 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상태가 지속되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좌절감이 자주 든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할 힘도 없다. 얼마 있지도 않던 배터리를 오랫동안 쥐어짜 내다보니 그냥 아예 몸과 마음이 진지한 생각을 거부하는 느낌이다. 일단 잠이라도 제대로 자기 위해서 침치료도 받고 여러 영양제를 챙겨 먹고 건강한 습관을 기르고는 있다. 매니저와 일에 관한 어려움을 초반에 많이 이야기 하긴 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엔 눈치도 보이고 난 왜 자꾸 어려워할까 답답한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 모티베이션이 자꾸 떨어진다. 특히 연휴로 데이케어가 문을 닫아 3일동안 집에서 아기를 돌보고 오늘 아기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재택을 하며 아기를 보느라 그냥 기운이 더더욱 빠져벼렸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그냥 좀 푹 쉬고 싶다. 회피하려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지지만 이걸 계속하다가는 내 머릿속이 불행으로 가득 차 버릴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모유수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