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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May 25. 2023

모유수유

내가 4개월간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건 모유수유다. 임신 막달까지, 아니 출산일에도 별생각 없이 “모유수유 할 수 있으면 해 보겠다”로 시작된 대장정.


예정일보다 일찍 제왕으로 낳아 그런지 처음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고, 수유 자세도 너무 어려웠고, 아기도 빠는 힘이 부족해서 잘 먹지 못했다. 병원에서 입원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많이 도와줬지만 낯선 간호사들 앞에서 가슴을 풀고 젖을 먹이는 게 좀 쑥스럽기도 하고 마치 시험을 보는듯한 부담감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빠는 힘이 약한 아기에게 바로 젖병을 물리는 대신 유축한 모유를 주사기에 넣어 튜브와 연결해 유두 끝에 얹어 수유를 하는 방식을 추천했는데 미대를 나와 손재주가 꽤 좋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너무 어려웠다. 가느다란 튜브에 작게 난 구멍들이 아기의 입안에 제대로 걸쳐지지 않아 새어버린 모유가 수유 쿠션을 푹 적신 것을 보면 기운이 쭉 빠졌다. 매번 긴장 속에 잘못된 자세로 수유를 하며 어깨와 손목에 많은 부담이 가기도 했다.


여기서 추가로 더 힘들었던 건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키는 것. 아마 영아산통이었던 것 같은데 매번 수유가 끝나면 아기가 온몸을 쥐어짜며 너무나 괴로운 소리로 엉엉 울며 비명을 질렀다. 병원에서도 이건 그냥 시간이 지나야 만 해결되는 일이라고 했고 혹시나 해서 써본 가스 드롭은 아무 효과를 못 봤다.


중간중간 모유수유를 그만두고 분유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일단 출산 휴가 동안, 또 남편과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는 동안에는 한번 계속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아기와 나, 둘 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이렇게 어려운 건 당연하다.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계속 노력해 보자.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이것도 지나가리라.


다행히 수유 전쟁도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서서히 아기도 나도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주사기가 필요 없어졌다. 보충용 분유도 점점 줄여나가면서 어느새 분유를 주지 않게 되었다. 자세도 안정적으로 잡혀 수유를 하며 요거트를 먹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직도 어려움은 많다. 모유가 줄지 않도록 여전히 새벽 3시에 일어나 유축을 한다. 2-3시간마다 한 번씩 수유나 유축을 해야 하니 생활이나 입을 수 있는 옷에 제약이 많다. 한동안은 저녁에 1시간마다 수유를 하느라 몸이 기력이 다 빠져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아기를 데이케어에 보내더라도 난 집에서 계속 유축을 하고 유축기를 씻고 하다 보면 그냥 하루가 다 가버린다.


회사 복귀를 약 1주일 앞둔 지금. 모유수유를 언제까지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한 달만, 100일까지만, 출산휴가 기간만큼만 이런 식으로 기간을 늘려왔다. 처음에 너무 힘들게 시작해서 언제가 되더라도 그만두기에는 좀 아쉬울 것 같다. WHO에서는 2년을 권장한다는데 현재로서는 말도 안 되게 느껴지는 기간이다. “이유식을 시작할 때까지”가 현재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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