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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May 25. 2023

기억

난 최근까지 앞만 보고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멈추거나 돌아가거나 후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내 인생의 다음 챕터는 무엇일까부터 내일은 뭘 할까 등등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는데 힘을 쏟느라 과거를 곱씹어 생각해 볼 여유는 없었다.


삶에서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과거와 한 발짝 더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전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미국으로, 뉴욕에서 샌프란으로 거처를 옮기고 여러 번의 이직을 하면서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이 바뀌니 과거에서 현재가 유연하게 이어진다기보단 작은 단절들이 생겼고 그러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더욱 깊이 묻혀버렸달까.


올해 초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종종 과거를 회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출산휴가를 보내며 회사일에 대한 고민이 잠시 멈춰 그런 것도 있겠지. 무엇보다 딸이 어떻게 자랄지 궁금한 마음이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그와 관련된 감정들을 차곡차곡 끄집어내는 것 같다. 잠시 쉬면서 누워있자면 종종 나도 모르게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 현재가 과거가 되고 기억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아련하다. 클리셰이지만 정말 좋은 일이건 힘든 일이건 모두 다 지나가버린다.


현재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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