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정과 운동 사이
미국으로 온 지 벌써 13년. 어떤 문제를 대할 때 가끔 한국과 미국의 온도차가 심한 것을 느낀다. 코로나 대처 방식은 말할 것도 없었고 최근 나의 큰 관심사인 임신과 유산도 두 나라의 대처 방식이 엄청 다르다.
한국은 임신 초기나 유산 후 “몸조리”라는 이름 아래 절대 안정을 권하는 분위기다. 임신 초기에도, 유산 후에도 한국에 있는 엄마는 나에게 계속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엄마의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했고 심지어 외숙모는 유산 후 병원에 1달 입원해 대소변도 침대 위에서 해결이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았다고. 유산도 출산과 같게 여기며 몸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주장.
반면 미국은 오히려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권한다. 임신 기간에도 부상의 위험이 있는 공 운동이나 자전거 등등은 제외한 운동, 특히 수영이나 요가 등을 임신 전에 하던 수준만큼 지속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항상 달리기를 하던 내 친구는 임신기간 동안에도 의사와 상의 후 계속 달리며 건강하게 임신을 진행 중이다.
소파수술 첫날은 무조건 쉬는 것을 추천했지만 그 이후에는 본인이 몸 상태를 봐가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좋다는 병원의 지침을 받았다. 물론 엄격하게 주의할 점도 있다. 자궁이 회복하는 데에 적어도 3달이 걸리므로 초기 약 1달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수영이나 목욕, 탬폰, 성관계 등을 금하고 이후에도 3달 동안은 피임을 해야 한다.
여하튼 이 사이에서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종종 헷갈린다. 특히 한국에 있는 엄마와 전화를 하고 나면 갑갑해진다. 내가 소파 수술 후 산책을 하고 요가를 하고 회사로 복귀한 것에 대해 엄마는 걱정이 많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내린 결정이고 몸 상태를 봐가면서 조절하고 있지만 엄마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몸은 다르기 때문에 미국 의사 말을 다 믿을 수 없고 엄마가 그간 살아오며 본 것들이 많다 뭐 이런 논리.
내가 너무 무감각하고 무리를 하는 건가 괜히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회복을 하자는 결론이다. 임신 기간 동안, 또 유산 판정을 받기까지 심적으로 고생을 해서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건강한 루틴을 만들려는 게 사실 가장 큰 이유다. 임신이건 유산이건 또 다른 팬데믹이건,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나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