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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재 Sep 07. 2022

영화 흥행 : 2022 화제작으로 살펴보기

<범죄도시2>, <탑건> 그리고 <헤어질 결심>

 흥행 영화라 하면, 결국 관객이 많이 본 영화를 말한다. 산업적으로 본다면 BEP를 넘긴 영화들을 일반적으로 흥행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스오피스'를 극장 수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수익금은 일반적으로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누어 갖는다고 한다.(물론 이건 배급수수료만 받는 배급대행의 경우, 혹은 많은 투자자가 들어간 대형 영화에 경우 달라진다.) 


 여하튼 배급사 입장에서나 극장 입장에서나 영화를 단순히 많이 보기만 하면 성공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흥행을 예측하고, 개봉 시기를 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나는 영화계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자세한 생리는 알지 못한다.) 이럼 이 흥행을 예측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무도 영화의 흥행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하지만, 영화의 사례를 보며 시도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하영 저, < 영화 배급과 흥행>(아모르문디 총서, 2019)과 이화배 저, <영화는 배급이다>(커뮤니케이션 북스, 2020)의 자료 중 흥미로운 그래프 제시가 있다. 이 책들의 나온 방식을 따라 해서, 이번 <범죄도시>와 <탑건>, <헤어질 결심>의 관객수 추이를 대략적으로나마 분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2022년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의 일일관객수 변화 추이이다. (아래 제시된 모든 그래프의 통계자료는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KOBIS'의 자료를 가져왔음을 밝힌다.)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6.29까지를 통계 기간으로 삼았다. 

 6/11에 천만을 돌파한 <범죄도시2>는 개봉 첫 주 주말 일일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한다. 그리고 그다음 주 주말 약 70만 명 선으로 떨어진다. 이후 계속해서 주말에는 상승하지만, 첫 주 주말에 기록한 관객수를 넘지 못하고 전반적 감소 추세에 들어선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흥행 영화의 일반적인 개봉 공식이다. 수요일 개봉 이후 첫 주 주말에 가장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고,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는, 일종의 파도가 치는 형태로 나타난다. 흥행을 하지 못하는 영화는 파도의 높이가 치솟지 않고 꺾이거나, 한번 파도가 치고서는 급격히 떨어져 파도를 이루지 못하고 극장에서 종영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영화 관객의 추세는 꽤나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단관극장이 아닌 멀티플렉스 시대로 들어오면서 선택할 영화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 관객은 개봉 첫 주가 지나면 다소 시들해진 영화를 볼 것인가, 새로운 영화를 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다소 시들해졌더라도 '어벤저스'만큼의 파급력이 있어서 보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영화라면 보겠지만 <7광구> 같은 영화라면 그 힘을 쭉 잃어버린 채 극장에서 퇴출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탑건 : 매버릭>의 경우를 살펴보자.

<탑건: 매버릭> 6/22부터 9/6까지 통계

 6/22 개봉 이후 9월 6일까지의 관객수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 일반적인 그래프의 모양과 비슷하지만 우선 엄청난 장기 상영 중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독특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여전히 극장에 걸려 있는 이 탑건의 비정상적인 흥행 행보는 돌연변이 같이 보인다. 장기상영은 단관 극장 시절에나 할 수 있었다.(지금은 상영관이 2관에 불과한 독립예술극장들도 교차상영을 하고 있는 시대다.) 경쟁작이 몰려오는 현재의 영화 시장에선 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연간 52주의 기간이 있고, 한 주에 각 2편씩만 개봉한다고 해도 1년엔 104편의 영화가 영화관에서 쏟아진다. (실제로는 훨씬 많은 수의 영화가 쏟아진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평균 극장 방문 횟수는 4.5회다. 즉, 재밌는 영화 4~5편을 1년에 소비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소비 시장에서 거의 3달 가까이 같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게 영화관 입장에선 '미친 짓'일 수도 있다. (이것은 영화의 관객수는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는 것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탑건은 좀비처럼 살아남아 있다. 현재 KOBIS의 일별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탑건:매버릭>은 9월 6일 기준 4위에 랭크되어있다. 같은 회사의 영화는 아니지만 과거 디즈니의 <어벤져스> 등이 개봉 3주 차만에 거의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내려갔던 것을 보면 판도가 아예 다른 흥행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첫 주 주말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둘째 주의 관객수가 소폭이지만 첫 주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 주 평일에 갑자기 삐죽 튀어나온 저 상승 선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또한 일종의 '파도타기'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잔잔한 파도가 계속 들어차 밀물이 되고 있다.

 극장이 장기 상영을 했을 때에 보장될 수 있는 수익의 가능성을 내보인 듯한 느낌도 든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보수적인 관객이 마음을 열고 다가갈 만한 소비기한을 조금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인 것이다. <탑건:매버릭>이 만일 <어벤저스>만큼의 흥행과 화제성을 보장받았다면, 개봉 첫 주의 성적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둘째 주 성적이 높게 나왔다는 것은 입소문의 영향으로 보수적인 관객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볼 수 있는 영화로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전차왕 엄복동> 2019년 2.27 개봉

  이해를 돕기 위해 '1UBD'라는 단위를 만들어 한때 밈이 되기도 했던 <자전차왕 엄복동>의 관객수 추이를 가져와봤다. 첫날 관객수가 제일 높은 기현상과, 주말(약간 솟은 부분이 3월 1일이다.)에도 첫날 관객수를 넘지 못한 비운의 성적을 거둔 엄복동이다. 이 영화는 개봉성적도 안 좋지만, 극장에 걸려있던 기간도 굉장히 짧았다.(마지막-개봉 23일 차-에 정말 아주 미묘하게 솟은 저 앙증맞은 상승은 왜 일어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길래 UBD라 그러나 하는 심정으로 보러 간 관객인 것일까.) 이렇게 흥행에 철저하게 실패한 영화는 위에서 본 일정한 파도타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헤어질 결심>, 6월 29일 개봉 9월 6일까지의 통계

 <헤어질 결심> 또한 좀비처럼 살아남고 있는 영화다. 탑건 또한 N차 관람러가 많지만, <헤어질 결심>은 거의 N차 관람러에 의해 계속 살아남았고, 상업영화이면서 예술적인 성격 덕분에 cgv, 메가박스, 롯데 등 체인 영화관에 걸림과 동시에 독립영화예술영화관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살아남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에 개봉한 이 영화는 확실히 개봉 첫날 관객수가 굉장히 많다. 이는 '박찬욱'이라는 감독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이기도 하고,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소식이 들렸기 때문에 많은 영화광들이 달려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특별한 행사가 아닌, 일반 상영에서 더숲 아트시네마의 좌석이 꽉 들어차는 상황을 정말 처음 봤다.) 물론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행사에 힘입은 것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이한점은 개봉 12일차를 넘어서면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파도가 한풀 꺾이고 나서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 그래프도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개봉 2주차와 3주차 주말의 관객수가 거의 동일하고, 3주차 토요일이 조금 더 많아 보인다. '입소문'의 힘이 발휘되는 장면이다. 게다가 N차 관람러가 뒷심을 지켜주고 있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은 파도처럼 밀려온다기 보다 물에 잉크가 퍼지듯 천천히 퍼지는 영화인 것일까.

 <헤어질 결심>이 개봉 초기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놀랐던 반응을 많이 봤다. <기생충>이 칸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그 기세를 몰아 개봉한 후 1,000만 관객을 단숨에 돌파하는 엄청난 저력을 보였다. '봉준호'와 '박찬욱'은 영화광들 사이에서 약간의 라이벌처럼 여겨지듯, 비슷한 흥행가도를 달리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나 또한 <헤어질 결심>은 올해 최고의 영화였고, 영화관에서 3번 본 것도 모자라, 그 잔향이 너무도 깊게 남아서 여전히 서래를 찾고 있는 해준의 심정으로 vod까지 사서 보고 있다. 그러나 초반 <헤어질 결심>의 힘은 너무도 미약했다. 이 영화가 100만이 넘지 못할 것 같다는 그런 예상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잘 되길 기도했다.(내가 개봉시킨 영화도 아닌데, 이런 영화가 사람들에게서 '논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 취향을 타는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영화는 후에 OTT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과, 영화관에서는 즐겁고 짜릿하기까지 한 스펙터클을 경험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선택 전략이 작용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헤어질 결심이 슬슬 찬 바람이 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어느 가을날 찾아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여름 시장의 스펙터클이 끝난 이후, 가을의 여운을 즐기는 시기 말이다. 평일 영화표가 15,000원이고 특수 상영관은 20,000원 이상이 넘어가기도 하는 시기에 예술영화를 스크린에서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관객들이 <탑건:매버릭>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이 '스펙터클', '볼거리'에 대한 생각은 조던 필의 <놉>을 통해 문제제기되고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영화와 영화관의 현재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굉장히 러프한 그래프 자료로(자료의 데이터는 통일되었지만 범주 설정 등이 다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 2022년 화제작들의 박스오피스 추이를 살펴보았다. 영화와 영화관은 위기에 봉착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매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즐길 거리가 많은 지금의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영화관에 와야 한다면 어떤 영화를 고를 것인가? 또한 코로나를 겪은 우리가 생각보다 불편한 것이 많은 극장에 수많은 타인과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쇼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2시간이 넘어가는 영상물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관심사, 다양한 취향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지금의 시대는 영화가 다른 매체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질문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이 그래왔던 것 처럼, 소설이 그래왔던 것 처럼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함으로써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첫걸음을 시작하듯, 영화는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은 결국 다양한 영상 매체와 서사를 지닌 예술, 사진 등과 구분되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 질문을 하는 것은 결국 관객일 것이다. 관객이 숙고 한 끝에, 그것이 경제적 이유에서건 영화를 진지한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에서건 그것은 생각과 선택의 문제에 있다. 그 선택을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은 영화관이 아닐까? 내 글의 주제에서 계속 영화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들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장기 상영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상영이 끝없이 <탑건:매버릭>과 <헤어질 결심>을 공존하게 만들듯이, 관객을 기다려주고 관객이 찾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장기 상영이라는 것이 관객이 찾은 결과로 등장한 것이든, 혹은 관객이 찾게할 의도로 것이든, 미묘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저 한명의 영화팬으로서 영화를 다양하게 극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일필휘지로 써내려왔다. 결론은 그것이다.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싶다. 내가 만약 영화계에 취업할 수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대하게 되지 않을까.  

  


<참고문헌>

이하영, <영화 배급과 흥행>, 아모르문디, 2019

이화배, <영화는 배급이다>, 커뮤니케이션 북스, 2020


<참고 사이트>

https://www.kobis.or.kr/kobis/business/main/main.do (2022.09.07 방문)


그래프에 쓰인 모든 통계 자료는 KOBIS 통계 자료를 활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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