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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재 Aug 29. 2022

영화 별점에 대한 단상

 저는 개인적으로 별점 어플, 왓챠피디아를 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별점에 정량적 분석을 담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주관적 인상에 가까운 점수라서, 제가 그저 재밌게 봤다면 높은 점수를 주곤 합니다. 크로우즈 제로가 제겐 영화가 만점이고 기생충이 4.5인 셈이죠. 별점을 매기는 시점은 제가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난 후이기 때문에, 제 가치관이나 생각, 추억,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느냐 등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그것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도 평론가(특히 이동진 평론가님)의 별점에 영향을 받곤 하는데, 대체로 영화를 보고 나서 평점을 비교하곤 하지만, 영화를 고를 때 참고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분이 훌륭하다고 평가한 작품은 정말 그래야 하는 것처럼 보게 되고,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한 작품은 선택을 아예 하지 않거나, 혹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곤 하는 것이죠. 이건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하면 안 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일종의 확증 편향을 얻게 되는 것이죠.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상업적, 산업적 특징이 있다면 저는 바로 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설, 에세이 등 문학이나 음악 등에도 평가가 매겨지기 마련이지만 일반 대중에겐 취향의 문제 정도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예술들에 대해선 입소문이나 전문가의 견해보단, 자신의 취향을 더 확신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미술에 대해서는 평점이나 정량적 점수가 매겨지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반 고흐나 장 폴 사르트르, 달리 반 피카소의 회화작품에 별점을 매기려는 시도조차 목격한 적이 없죠. 영화와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히토 슈타이얼의 비디오 아트에도 별점을 부여하진 않습니다.(참고로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데 아주 흥미로운 전시입니다.)



 오히려 별점이 통용되고 있는 곳은 예술이 아니라 음식점(배달 어플)인 것 같습니다. 별점이 산업, 상업적 특징이라는 말을 쓴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별점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취향을 객관적, 정량적 점수로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입소문과 흥행을 위한 수단이라고 보입니다. 이건 영화만이 지닌 산업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특히 이제 막 개봉된 작품들을 관객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단 1~2편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관객의 연평균 영화관 방문 횟수는 4.5회입니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며, 한국은 영화 소비의 대부분이 영화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네필인 영화게 분들이야, 한 달에 4회 이상 영화관을 방문(백수인 저는 일주일에 영화관을 3~4번 이상 가는 것 같습니다)할 테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선 분기별 1회 정도가 방문 텀이 된다는 것이죠.



 이 얘기는 이번 빅 4 영화,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헌트 중 일반적인 관객은 단 1편의 영화만 고르게 된다는 것이죠. 여기서 관객이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건 아무래도 별점인 것 같습니다. 언뜻 객관적이게 보이는 별점이라는 자료는, 가뜩이나 영화 티켓이 비싸진 이런 시기에, 어떻게 하면 가장 재밌는 2시간의 체험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장 좋은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수요일 개봉이 업계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는데, 이것은 입소문이 나서 개봉 첫 주 주말의 관객 수를 가장 극대화시킬 방식이기도 합니다. 보통 개봉하자마자 평일에 달려가는, 영화광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주말에는 일반적인 관객이 좌석을 매우게 되는 것이죠. 이건 영화배급사 측에서도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할 기간이기도 합니다. 자기 영화의 별점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언뜻 업계 사람에게 듣기도 했습니다.(이건 옹호할만한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의 겉포장을 예쁘게 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역 바이럴 논란은 선을 넘은 영업 방해행위죠. 다른 영화의 별점을 깎는다니요. 자신의 제품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과, 다른 진열된 상품을 훼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덕분에 어느 영화 전문 사이트에 대한 탈퇴 행렬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별점은 사실 상업적인 수단에 가깝지 영화를 평가하는 것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비상선언과 헌트를 비교해서, 뭐가 더 훌륭하냐? 별점이 높은 쪽이 훌륭하지 않겠느냐?라고 한다면 그걸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 해서 별점이 영화 평가에 가장 결정적인 척도가 될 수 없는, 단지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좋은 수단에 불과하단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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