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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재 Aug 29. 2022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 리뷰

반복 이미지와 대립 이미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것도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말이다. <헤어질 결심>은 나에게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정말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보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는 영화였다. 아름답고도 슬펐으며 관능적이면서도 순수한 사랑이야기. 


 그렇다. <헤어질 결심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서 역설적으로 묶어둔 영화이며 그것은 초록색과 파란색 사이에서 찬란하게 비치고 있다. 물로 '붕괴'되면서도 동시에 물로써 채워지는 그들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찬란하다. 얼핏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헤어질 결심> 안에 공존하며 청록색으로 빛나고 있다.


 <헤어질 결심> 속 대립 관계들은 수없이 나온다. 문과인 '해준'과 이과인 '정안'도 그렇다. 정안의 대사 "문과인 당신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과인 나는 이해할 수 있어"로 선을 긋는다. 혹은 인자한 자는 산을 좋아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바다를 좋아하는 것. 산과 바다가 대립항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1부의 수완(고경표)과 2부의 연수(김선영)는 그 수사 방식이나 태도에 있어서도 대립한다. -이 둘은 실제 마주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영화는 1부와 2부가 명확히 나누어지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조차 대립항으로 보이기도 하며, 한편으론 '붕괴' 다음에 원전이 있는 '이포'라는 공간이 제시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스크린에선 보여주지 않지만 붕괴의 다른 의미는 "불안정한 원자핵이 방사선을 방출하거나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켜 다른 종류의 원자핵으로 바뀌는 일." 즉 원자력 발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양립할 수 없는 관계들은 주인공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끝없이 인력과 척력 사이에 놓여있게 만든다. 감시는 곧 관심이 되고, 그 관심은 다시 의심으로 변한다. 서래의 입장에선 감시는 보호였고, 감시로부터의 해방은 곧 다른 위험상황에 대한 노출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사랑을 말한 순간 끝이 나면서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었다. <헤어질 결심> 속 수많은 대립항은 이 같은 서래의 대사로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끊임없는 이어짐, 그것은 붕괴함으로써  변화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이포에서 이루어진다.


 서래는 결국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미결로 남고자 스스로 땅을 파낸다. 만조가 되며 낙하하는 낙조. 그것은 지구와 달의 인력과 척력처럼, 땅과 하늘의 대립항처럼, 해준과 서래는 그렇게 서로의 장력 속에 영원히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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