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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Apr 26. 2024

핫빛오케스트라의 첫 울림.

제주특별자치도 핫빛 장애인오케스트라에게 바라는 기대와 숙제


핫빛 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회 현수막

지난 4월 25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강당에는 특별한 연주가 개최되었습니다. "첫 울림, 가슴에 들어온 하모니"라는 주제의 음악회가 열린 것입니다. 1층만 800석이 가까운 큰 공연장인데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성황입니다. 그만큼 핫빛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울림이라는 뜻은 핫빛 오케스트라의 첫 정기 연주회라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핫빛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교육청 로비와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등에서 있었지만, 이렇게 정식 무대에서 연주회를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행사 팸플릿, 주최와 주관이 모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다.


아, 먼저 핫빛 오케스트라에 대해 소개를 하는 게 순서일 듯합니다. 핫빛 오케스트라는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이 직접 선발하고 운영하는 장애인 오케스트라입니다. 많은 장애인 연주단체가 있지만 교육청이 직접 고용하고 운영하는 오케스트라는 제주 핫빛오케스트라가 최초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사회자의 멘트에서 "전국 최초"라는 말이 자주 언급됩니다. 이러한 시도는 특수교육 차원에서도 매우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교육감께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이루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광수 제주교육감

이날 많은 내빈이 참석하셨습니다. 대표적으로 행사를 추최 한 교육감부터 도지사, 도의회 의장, 현역 국회의원 및 당선자, 그리고 도의원 및 단체장, 제주도에서 이름을 알만한 분들은 거의 다 오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핫빛오케스트라 로고 점등식

그만큼 많은 분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핫빛 오케스트라가 탄생한 증거겠지요. 특수교육에 대한 이러한 뜨거운 관심과 지지는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은 현 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차근차근 공약을 이루어가시는 모습도 참 보기 좋네요.


현재 핫빛오케스트라는 한 분의 상임지휘자를 모시고 6명의 단원을 선발한 상태입니다. 도교육청 오라 청사에 별도의 사무실과 연습실도 조성하였고, 선발한 단원들은 도교육청과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매일 연습실로 출퇴근을 한다고 합니다. 멋진 연주를 선보인 핫빛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 상영된 홍보영상에서는 단원들에 대한 소개와 부모님들의 소감이 소개되었습니다. 보고 있으니 전적으로 공감되었습니다. 

핫빛오케스트라 연주모습


오늘의 이 연주가 시작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핫빛 오케스트라가 해야 할 일들이 참 많겠지요. 지원과 기대만큼 많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장애인 가운데 음악을 하는 학생들은 꽤 많이 있습니다. 연주 단체도 참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이 있고요. 하트-하트 재단이 운영하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도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창원 한마음 병원에서는 병원이 직접 고용한 20명의 단원을 가진 오케스트라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제주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연주를 해온 화음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아이 캔 클라리넷 앙상블, 드림 위드 클라리넷 앙상블뿐만 아니라 장애인-비장애인이 통합하여 운영하는 우누스 오케스트라, 제주 위드어스 윈드 오케스트라도 있습니다.

제주위드어스 윈드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사진, 사진제공=KBS


때문에 기존에 활동하던 다양한 장애인 오케스트라(및 음악단체)와 어떻게 협력하는지도 핫빛오케스트라의 숙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창단연주회를 통해 정식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핫빛오케스트라의 출발을 응원하면서 몇 가지 바라는 점을 적어봅니다. 


첫째, 단원 수급에 대한 생각입니다. 현재 단원은 6명입니다.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단원 선발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선발된 단원들은 당연히 매우 훌륭합니다. 그 자리에 걸맞은 단원들로 잘 선발되었습니다. 홍보영상에 담긴 개인 연주자들의 연습영상을 보니 마치 서번트 증후군 아이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볼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장애인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을 보는 것도 장애인식개선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변호사로 표현된 우영우를 보면서 대다수 일반 장애인 보호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실력이 일반 연주자와 견줄만한 능력이 되지는 않더라도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담아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학생들에게 기회가 제공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 최고의 연주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소 서툴고 때론 실수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 이유 아닐까요?


이제 시작하는 이 핫빛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많은 장애학생들과 보호자들이 희망을 가지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악기를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고용되고 자립을 하는 진로 사례도 있다고 희망을 가지겠지요. 다만 추가적인 단원 선발에 있어 장애 유무와 넘사벽의 실력이 유일한 요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담아 보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사회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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