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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Jul 31. 2024

건강한 여름방학 보내기!

즐거운 여름방학 보내기 위한 우리 가족 방학생활백서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도내 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갑니다. 특수학교도 마찬가지로 여름방학을 시작하겠지요. 예전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여름방학이야 정말 기다려지는 날이자, 항상 짧기만 한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보니 여름방학은 신경 쓸 일이 더욱 많아지는 시간입니다. 특히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은 더 그렇습니다. 자녀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를 챙겨야 하는 일이 더욱 많아지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자녀와 마찰이 생길 확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참 많아지지요. 그래서 방학식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습니다.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기만 합니다. 그런 부모님들의 걱정을 조금 덜어드리고자 이번 포스트를 준비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부모님의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위한 '여름방학 생활백서'

아이들 방학은 곧 엄마들의 개학

이라고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방학이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뜻이겠지요. 보호자와 학생, 결론적으로는 둘 다 방학일 수는 없는 법. 아이들이 있으면 엄마들은 집에 매일수밖에 없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낮동안만큼은 자유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지만 피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여름방학이라면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보다 생산적인 고민으로 말입니다. ^^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꿀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담임하면서 보냈던 수 차례의 방학을 되돌아보며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매일 정해진 일과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방학은 아무래도 시간에서 자유로운 시간이다 보니 일과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특히 학기 중에 일찍 학교 가느라 자는 아이들 깨워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방학이니까 좀 더 푹 자라'는 마음으로 그냥 두기 쉽습니다. 끼니도 그렇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찍 깨워 먹이던 식사를 조금은 게을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의 루틴은 무너지기 쉽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과 점심, 저녁을 먹던 일과를 가능하면 유지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식사뿐만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과도 마찬가지. 아침에 학교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세수와 양치도 꼭 하도록 하고 잠옷도 벗어둡시다. 잘 때 입었던 잠옷을 입고 하루 종일 있는다? 옷은 마음가짐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옷을 입고 활기찬 하루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전 내내 잠옷을 입고 방에서 휴대폰만 하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으신다면 아이들 옷부터 갈아입도록 해주세요.


보호자님들의 초등시절을 떠올리며 둥근 원에 취침과 기상, 오전 공부, 점심, 치료실 등등의 일과를 채우는 방식은 더 이상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그대로 지켜지지 않으니까요. ㅎㅎ 그 일을 하겠지만 그 시간에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TO DO LIST 방식의 일과표 만들기를 추천드립니다.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리스트로 적어놓고 그 뒤에 수행 후 체크 (또는 스티커 붙이기) 방식으로 수행하면 아이들의 자기 주도적 일상생활도 지원할 수 있답니다.



두 번째, 하루에 한 번은 외출을 하도록 일정을 잡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한 번도 현관을 나가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오히려 행복한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선 꼭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이면 사실 집 밖을 나갈 일이 많지 않습니다. 요일별, 시간별로 치료실을 가거나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도다 전부겠지요. 그래서 이 일과는 리스트에 상단에 적어두고 꼭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첫 챕터에서 잠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은 차원에서 가능하면 아침 식사 이후 오전에 외출을 잡으시면 좋습니다. 외출을 위해서는 잠옷 벗기와 세수하기가 반드시 필요할 테니까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자연스레 다른 과제가 수행되는 행동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가벼운 산책이고 마트 장보기면 어때요.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에 먹을 메뉴를 고를 때 자녀와 함께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시면서 재료에 대한 설명과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살아있는 교육이 바로 시작됩니다. 물론 혼자서 금방 장을 보시던 것에 비해 훨씬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소요되겠지만 이게 금방 자리 잡으면 아이와의 소통이 늘어납니다. 하루 일과 리스트에서 장보기가 있다면 아이가 그 시간을 정말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줄넘기 100개, 스쿼드 10개, 플랭크 1분이라는 목표를 잡아보세요. 부모님과 자녀가 일과 수행을 위해 함께 도전하고 기록하면서 웃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따라오는 건강은 덤이고요. 엄마의 다이어트와 아빠의 뱃살도 이 기회에 함께 날려보자고요!


세 번째, 방학 기간 중에 기억에 남을 특별한 일 하나쯤은 만들어봅시다.

방학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시간에서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부모님의 여름휴가도 겹치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정한 일과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겠지만 가능하면 방학마다 잊지 못할 가족들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거창하게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최고겠지만 가정마다 형편이 다르기에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꼭 해외여행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투자해서 달성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방학마다 가족들이 오름을 오르겠다는 목표도 좋지요. 제주도에 365개 있다는 오름을 우리 가족이 모두 올라보자는 큰 목표를 정해놓고 방학 때마다 오르는 오름을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꽤 많은 곳에서 여름 캠프를 운영합니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도 있고요, 최소한 가까운 교회에서 하는 여름 성경학교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지요. 과정을 두려워마시고 과감하게 프로그램에 보내보세요. 엄마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아이들이 의외로 엄마 없이 잘 지내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두어도 좋고 사진과 함께 소감을 적으면 더 좋고요. 오름이 별로라면 올레길을 걷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얼마 전 ‘함께 걷기는 힘이 세다’는 글도 참고해 주세요.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이것도 두려워 마세요. 일단 보내고!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면 중간에 데려오면 되지요 ㅎㅎㅎ 이것 외에 수영하기, 작품 만들기, 롤러스케이트 배우기 등등의 목표를 정해놓고 이번 방학에 우리 꼭 이것만은 달성하자고 하면 방학이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아이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우리 가족 방학 계획표를 붙여주세요.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가족 여름휴가이고, 지원센터는 언제 가며, 치료실은 언제 가는지 한눈에 보이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매일의 일과를 적어두는 리스트를 옆에 붙이고 자녀로 하여금 체크하도록 해주세요. 요리하기, 청소하기, 장보기, 정리하기, 운동하기 등등 모든 일이 자녀와 함께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방학이 하루하루 쌓이면 몰라보게 성장할 아이들의 모습도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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