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이캔클라리넷 앙상블 연주회에 다녀오면서
"당신은 누군가에게 위안이었던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쉽게 들었지만 쉽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섬세한 질문입니다. '아마도 네, 그랬던 적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라는 생각을 속으로 조용히 해보았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라 분명 내게도 있었을 유년기를 떠올리며 분명히 저마다의 부모에게는 유년기 소년이 위안이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일 테니까요.
그런데 오늘 저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분은 저와는 다른 입장입니다. 기대하는 대답의 결이 살짝 다름을 느꼈습니다. 위안을 주는 대상이 제가 질문에 떠올린 유년기 아이가 아니라 발달장애를 가진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아이들이라면 어떠신가요? 이들과 위안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이캔클라리넷 앙상블은 제주에서 활동 중인 순수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앙상블입니다. 단원은 여섯 명, 한 명은 아직 학생이고, 나머지 다섯은 성인입니다. 2022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제3회를 맞았습니다.
늦은 더위로 유난히 힘들었던 2024년이지만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던 평일 저녁, 제주문예회관 대강당에는 많은 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자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하모니로 가을을 수놓는 아이캔클라리넷 앙상블의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비장애인에 비하면 두 배, 세배 이상의 힘이 드는 일입니다. 게다가 악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투자대비 성과가 그렇게 효율적인 활동은 아닌 것이지요.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단순한 클라리넷의 선율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땀방울이 녹아 있는지 말입니다. 그 노력과 수고는 비단 연주자들의 몫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지원, 도움, 헌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연주자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 뒤에 계신 부모님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연주 중간중간에 가족들의 인터뷰가 등장합니다. 인터뷰의 내용을 듣고 있으니 연주의 감동이 두 배가 됩니다. 연주회의 중간쯤에 다다르자 '위안'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네, 저 또한 분명 아이캔클라리넷 앙상블의 연주를 들으며 위안을 받고 있었습니다. '위안'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위로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함 또는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최소한 오늘은 제주문예회관 대강당에 앉아있는 수많은 분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아이캔클라리넷 앙상블이 분명합니다.
공연을 보면서 특별했던 점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관객인데요. 위안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건 저뿐만이 아니었겠지요. 물론 저도 이 특별한 공연에 같이 이음활동을 하는 권 선생님과 동행을 했습니다만 이곳에 가장 많은 관객을 차지하는 분들은 바로 발달장애인 가족들이었습니다. 공연 중간에 일어나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연주자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 심지어 관객들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이 연주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이 문밖의 세상도 여전히 만만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 연주를 듣는 동안에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세상을 감동시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