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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04. 2022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

교직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매년 한국 직업능력 개발원에서는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의 결과를 통해 학생들이 되고 싶어 하는 직업을 순위로 발표합니다. 진로교육 현황 조사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1위에 오르고 있는 직업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초등학생의 경우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재작년과 작년 '운동선수'와 '의사'에게 1위와 2위를 내어주고 3위에 올랐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는 여전히 확고한 1위의 직업, 바로 교사입니다. 


꿈의 직업, 교사

우선 궁금증이 생겼으니 해소부터 하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1위 운동선수(8.8%), 2위 의사(7.6%), 3위 교사(6.5%), 4위 크리에이터(6.3%), 5위 프로게이머(4.3%), 6위 경찰관(4.2%) 7위 조리사/요리사(3.6%), 8위 가수(2.7%), 9위 만화가/웹툰 작가(2.5%), 10위 제과/제빵사(2.3%) 순,


중학생 1위는 교사(8.9%)였으며, 2위 의사(6.2%), 3위 경찰관(4.5%), 4위 군인(3.5%), 5위 운동선수(3.4%), 6위 공무원(3.1%), 7위 뷰티/디자이너(2.9%), 8위 간호사(2.5%), 9위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2.4%), 10위 조리사/요리사(2.3%) 순,


고등학생은 1위 교사(6.3%), 2위 간호사(4.4%), 3위 생명. 자연과학자 및 연구원(3.6%), 4위 군인(3.4%), 5위 의사(3.2%), 6위 경찰관(3.0%), 7위 컴퓨터 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자(2.9%), 8위 뷰티디자이너(2.7%), 9위 의료. 보건 관련직(2.5%), 10위 공무원(2%)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10년 연속 1위를 지킨 것에 대해 축하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스승은 부모와 같아서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은 기대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교실에서 교단에 누워 핸드폰 충전기를 꽂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공개되어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자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는데 덥다고 상의를 탈의한 남학생이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대놓고 잠을 자는 아이들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매 해 첫 교직에 들어오는 신규교사들은 경력교사들에게 1년 동안 멘토링을 받습니다. 공부만 하던 교사가 막상 현실에서 부딪히는 지식 외적인 부분은 직접 경험하며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도움이 되기 위해 경력교사들과 일대일로 만나 고충을 상담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멘티 교사들은 대부분 아주 훌륭한 교사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배울 것이 더 많았습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캐가 있어 삶과 교실을 다채롭게 꾸며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멘티 선생님께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실제로 교사를 해보니까 어때요?"입니다. 이 질문은 꿈꾸던 직업으로서의 교사와 현실에서 체험한 교사에 대한 차이를 물어보고 싶은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 교직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퇴직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정년을 채우기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렇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교단에 서는 게 힘들어진 걸까?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10년 안팎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10년 안팎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질문이 이어집니다. 교사에 의한 체벌이 금지된 것은 학생들의 인권이 강조되고 나서부터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되어 전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학생의 인권,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인권이 과하게 보호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이 어떤 세대인지 저는 알지 못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혹시 아시나요? 교복이 분명히 있지만 교복을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처럼 교문에서 선도부가 서서 교복의 규정을 점검하고 치마의 길이를 재던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는 사복을 입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것을 말씀드릴까요? 요즘 학교에서는 장발, 염색, 파마가 모두 가능합니다. 깜짝 놀라셨나요? 이것 또한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는 이 현실이 교사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졸리면 잠을 잘 권리가 있고, 공부를 하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학생이 수업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교사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 시간 수업은 결석으로 처리하는 수밖에요. 수업에 방해되는 언행을 하며 시위하듯 교실에 버티고 있으면 답도 없습니다. 


교단에 누워 핸드폰을 충전하는 학생을 보고도 수업만 진행했다던 여자 교사가 저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에겐 수업을 해야 하고 누워있는 학생은 건드려야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있어주는 것만도 고마운 현실입니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학생에게 폭행을, 학부모에게 폭언을 당하고 교단을 떠나는 동료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럼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전부라고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강사라고 하는 EBS 교육방송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스타강사의 화려한 몸짓으로 가득 찬 영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네. 교육은 삶으로 가르쳐지는 것입니다. 단순한 교과목에 대한 지식의 전달이었다면 학교가 이렇게 발전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점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교사 됨의 자질을 논하기 전 삶의 교육이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탁합니다. 학교가 회복되도록 도와주세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으며, 교사의 질은 끊임없는 자기 관리와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에 대한 인권 못지 않게 교사에 대한 교권이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사회가 교사에게 바라는 바람직한 교사상 못지않게 교사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너를 탓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는 배려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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