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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15. 2022

촉감놀이의 유용성

무뎌지지 않는 유일한 감각

"얘들아. 나가자"

"예!"


오전 내내 교실에서 힘들게 수업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먼저 나가 놀 것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 날에는 밖에서 놀아야 해. 비타민D는 햇빛을 봐야 만들어진다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보는 거죠. 실제 비타민D라는 게 햇빛을 보면 만들어지는지는 모른다. 그저 어디서 주어 들은 것이 기억났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것이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미끄럼틀을 타고, 어떤 아이는 그네를 탑니다. 저는 오늘은 모래사장 한가운데 턱 하니 앉아 모래를 만지고 노는 S에게 눈이 갑니다. 다른 녀석들은 보조인력의 도움을 받아 안전을 살피기로 하고 저는 오늘은 S에게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인간의 5가지 감각


사람에게 5감이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바입니다.  5 감은 시각(보는 것), 청각(듣는 것), 후각(냄새 맡는 것) 미각(맛보는 것), 촉각(느끼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신체에 있는 감각 수용기의 종류로 분류된 것인데 시각은 망막, 청각은 달팽이관, 후각은 코의 점막, 미각은 혀, 촉각은 피부가 각각의 수용기입니다. 각 수용기는 특수한 자극만을 받아들이고 흥분하는데 이와 같은 자극을 그 수용기의 적합 자극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시각의 수용기인 망막은 모든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파장이 약 400-720nm 인 전자기파만 볼 수 있고, 청각은 진동수가 20-20,000hz인 음각 진동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S가 지금 한창 빠져들어 있는 촉각은 어떨까요?


촉각


촉각의 경우 피부에 존재하는 마이너스 소체를 통해 인식됩니다. 마이너스 소체는 다른 이름으로 촉각 소체라고도 하는데 그 종류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압력을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도를 느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감각은 반복되고 지속되는 자극에 대해 익숙해지고 무뎌지게 되어 있는데 유독 촉각은 그렇지 않고 항상 예민함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앉아서 S를 바라보며 궁금함에 빠졌습니다. '왜? 촉각은 지속되는 자극에도 둔해지지 않고 항상 예민함을 유지하는 걸까?" 냄새는 처음에는 아주 예민하지만 금방 적응이 되어 지독했던 냄새가 더 나지 않고 그 냄새에 익숙해지는데 말입니다.


생존의 전략?


이는 촉각이 하는 중요한 기능 때문입니다. 바로 통증의 인식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통증은 촉각이 아닌 통점 세포에 의해 인식됩니다. 압력을 느끼는 파치니 소체나 온도를 느끼는 루피니 소체와 엄연히 다르지요. 그런데 통점은 치명적이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비로 속도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비교를 해도 촉각을 느끼는 소체의 속도는 초속 70m인데 통각 신경의 전달 속도는 초속 30m에 불과합니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죠. 통점의 전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위험한 순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건 바로 인간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촉각을 통증 인식의 보완제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뾰족한 것에 손이 닿았을 때 그것이 찔러 들어가 세포를 파괴하고 출혈이 생겨 아프다는 것을 느끼기 전에 이미 뾰족한 것이 닿았다는 촉각을 통해 뇌에 위험 신호를 인지시킵니다. 덕분에 우리는 살짝 찔리며 손을 뗄 수 있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어떤 느낌에 획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계속해도 즐거운 촉각 놀이


촉각 놀이가 좋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촉각은 결코 익숙해지거나 둔감해지지 않기 때문이죠. 처음 모래를 만지는 그 알갱이의 느낌이 계속됩니다. S는 벌써 30분째 앉아서 같은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촉각이 다른 감각처럼 지속되는 감각에 무뎌진다면 S는 이미 모래에 실증을 느끼거나 아니면 더 거칠고 큰 모래를 찾았을 것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촉감 놀이판

유아들의 발달에 촉각 놀이가 좋은 것도 바로 이 이유입니다. 촉각 놀이판을 통해 느끼는 다양한 촉감은 익숙하지 않고 언제나 유아의 뇌를 자극합니다. 자극은 바로 발달로 이어집니다.




저 멀리 마치는 종소리가 들립니다. 5교시가 끝나는 것을 알려줍니다. S에게는 촉감놀이를 마쳐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도요. 다시 교실에서 남은 수업이 진행되겠지만, 오늘 촉감놀이는 S에게 즐겁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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