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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23. 2022

다브카! 실패하면 어때!

특수교육에서 다브카(DAVCA) 문화가 필요한 이유

다브카 문화를 아시나요?

다브카(davca)란 히브리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이스라엘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아니 오히려 실패를 권장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이상하지 않으세요?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라니. 도전을 했다가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패 장려금이라는 이름으로 투자금의 20%의 장려금까지 돌려준다고 하니, 좋은 사례만 홍보하는 우리가 보기엔 정말 이상한 문화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고 배움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배우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가치가 숨어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실패했더라도 실패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해 과는 과정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느 사람들이 많고, 인구 대비 스타트업 비율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입니까? 지중해에 위치한 이스라엘은 사방에 둘러싸인 팔레스타인과의 끝없는 다툼에도 굴복하지 않고 전 세계의 자본과 노벨상을 석권하는 나라 아닙니까? 그런 이스라엘의 민족의 도전에는 다브카 문화가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실패 박람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실패 박람회입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실패 박람회는 올해도 이어지는데요. 같이 작하는 재도전이라는 의미의 '다시 클리닉'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는 다르게 실패가 흠이 되고 주도했던 사람이 비난받은 우리의 문화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분야에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어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배움을 제공한다고 하니 참 의미 있는 일이다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약 200여 개의 의제가 나왔고 그중 106개는 정책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나름 의미 있는 발걸음 아닌가요?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중 앞에서 자신의 실패를 고백하는 일에 어려움을 표현합니다. 특히 교육에서 그렇습니다. 성공은 높이 사지만 실패는 터부시 하는 여전한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경쟁의 의식이 우리 민족의식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은근한 마음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응원해주고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패 박람회는 그런 차원에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

저는 특수교육에서야 말로 이 다브카 문화 도입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누적된 실패 경험으로 인해 나타나는 학습된 무기력이기 때문입니다. 학습된 무기력은 참 깨트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못해요", "안 해요", "싫어요"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분명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거부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밑바탕에는 실패가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한 비난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 이런 식입니다. 아이들이 유독 호기심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엄마나 아빠의 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보는 식입니다. 하지만 아직 발달의 단계에 있기 때문에 완성도가 어른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서랍을 정리한다거나 바닥을 청소하거나 요리를 하는 것이 그저 놀이에 불과하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그건 어른들에게 놀이가 아니라 일이기에 아이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탐구는 다시 좌절되고 수정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엄마를 돕기 위해 청소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청소를 시작하였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보니 청소를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일을 더 벌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 말이 "저리 비켜","가만히 있어"입니다. 어쩌면 아이를 위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고 자신을 위한 뜻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는 분명 그 순간 다시는 청소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런 아이에게 교실에서 "청소 도와줄래?"라고 물으면 청소하고 혼났던 기억 때문에 "저 청소 못해요"하는 것이지요. 




비단 청소에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특수교육대상자들이 학습하는 학교와 가정에서는 다브카 문화가 자리 잡길 소망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용기는 우리가 가르쳐줍시다. 


<학생의 시도 → 실패 → 꾸지람 → 학습된 무기력>의 연결 고리는 끊어내고 <학생의 시도 → 실패 → 응원과 격려 → 재도전 →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꿈 자유구역


제가 작년에 운영했던 자유학년 프로그램의 일부입니다.  학급에 앞 문과 뒷 문에 '꿈 자유구역'이란 표시를 달아놓습니다. 적어도 우리 교실만큼은 자유구역으로 지정한 것이지요. 꿈 자유구역에서는 누구나 어떤 꿈이든지 꿀 수 있습니다. 꿈 자유구역의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비판금지 : 누구나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어요. 둘째, 다양한 생각 대 환영 :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전은 언제나 지원 : 결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입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다브카 문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수교육의 여러 현장에서 다브카가 실천되기를 바랍니다. 다브카 문화를 통한 지원적인 환경이 마련되고 허용적인 교실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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