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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Dec 05. 2022

내가 꼭 안아줄게

특수교육에서 포옹의 의미

"내 몸이 하늘로 붕~ 하고 올라가요."

"선생님이 안아주면 너무 따듯해요."


누구의 손에 의해 하늘로 올라가거나, 그다음 높고 단단한 가슴에 턱 하니 안겨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습니다. 단지 기억이 나는지의 문제입니다. 당신은 그랬던 기억이 나시나요? 


입장을 바꿔 다시 여쭈겠습니다. 그럼 가장 최근에 누구를 안아본 것은 누구이고, 언제인가요? 다른 사람에게 안겨본 기억도, 다른 사람을 안아본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는 않으신지요?

 



저는 포옹을 좋아합니다. 포옹 예찬론자에 가깝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자주 다가가서 안아줍니다. 아이와의 신체적인 거리가 곧 심리적인 거리라고 했던가요? 의외로 처음에는 안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습니다만 자꾸 안아주다 보면 점차 마음이 열리고 나중에는 품에 꼬~옥 안기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음부터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저 멀리 복도에서도 제 목소리가 들리거나 제 얼굴이 보이면 이내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깁니다. 


어떤 분들은 제게 "그러면 아이들 버릇 나빠져"라고 주의를 주시기도 합니다. 특히 중고등의 큰 아이들인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또 성별이 다르다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혹시 모를 부정적인 일보다는 제가 직접 확인하고 체험한 긍정적인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을요. 


이러한 스킨십에 대한 연구는 194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갓 태어난 원숭이를 상대로 실시했던 가짜 원숭이 실험이 그것입니다. 

해리 핼로우 가짜 원숭이 애착 실험 / 

실험은 이렇습니다. 새끼 원숭이를 우리에 넣고 가자 엄마 원숭이 두 개를 넣어 놓습니다. 한쪽은 천으로 되어 있어 포근함을 느낄 수 있지만 우유는 제공하지 않는 엄마 원숭이이고 다른 한쪽은 철사로 되어 있지만 우유가 나오는 엄마 원숭이입니다. 


아기 원숭이들의 행동은 어땠을까요? 네 모두의 예측대로 털이 있는 엄마 원숭이에게 안겨 애착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너무 배가 고프면 철사 엄마에게 살짝 가서 우유만 얼른 먹고 다시 돌아왔다고 해요.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 피부로 전달되는 스킨십이 얼마나 안정에 필요한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해리 할로우는 실험의 강도를 높여서 헝겊 원숭이에게 지속적으로 뾰족한 침이 나오도록 하고 헝겊 원숭이에게서는 차가운 물을 끼얹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원숭이는 헝겊 엄마를 떠나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은 헝겊 엄마 원숭이를 치우기도 했는데 그런 경우 철사 엄마 원숭이에게 가지 않고 그저 구석에서 웅크려 기다렸다고 해요. 


우리는 이 실험에서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풍족한 먹을 것보다는 포근한 안정감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철사 엄마에게서는 항시 배부르게 우유를 먹을 수 있었지만 결국 헝겊 엄마 원숭이를 선택한 것이지요. 

선생님 품에 안긴 아이


간혹 주변에 아이들을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며 풍족한 돈을 벌어오기는 하지만 정작 필요한 스킨십은 주지 못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 실험이 주는 의미가 조금 도움이 되실까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이제는 조금 아이들의 속 마음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들을 안아줍니다. 복도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반갑게 뛰어옵니다. 그 아이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리며 잠깐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많이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안아주는 교사가 아닐까?' 물론 교사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둘의 비중을 조금 더 같게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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