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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Nov 01. 2022

잘한다는 것에 대한 동경

참!잘했어요 도장에 대한 고찰

참!잘했어요. 라는 도장이 있습니다.

이름도 참 재미있습니다.

'참! 잘했어요'라니요.


세상에 많은 도장이 있지만 찍을 수록 기분이 좋은 도장이 있다면 바로 이 도장일겁니다.  활짝 웃고 있는 도장 속 주인공 (아마 철수와 영희)인듯 한 이들도 이 도장이 좋은지 베시시 웃습니다. 언제부터 이 도장이 사용되었는지 모르지만 30년 전 초등학생일 때부터 이 도장을 받기 시작했고 운동회때 달리기를 곧잘 했던 나는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손등에 이 도장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때로는 일기장이나 숙제를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확인했다는 의미로 찍어주기도 하셨습니다. 이 도장을 받는 날은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는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는 학생에서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선생이 되었습니다. 변한것이 또 있다면 예전에는 무거운 도장에 파란색 스탬프를 꾹꾹 눌러서 찍었던 반면 지금은 종이에 대고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찍어지는 만년잉크 자동 도장이라는 것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도 이런 역할의 도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도장의 이름은 '하나마루' 입니다. 일본의 초등학교 등에서 학생을 칭찬할 때 준다고 하며 벚꽃을 의미한다는 빨간색 테두리의 꽃 모양 도장입니다. 일본의 초등학생들도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조금 더 특이한 것은 바로 느낌표의 위치입니다. '참, 잘했어요!' 가 아니라 '참! 잘했어요' 입니다.  왜 참 다음에 느낌표가 붙었을까요? 여기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단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 도장에는 3개의 단계가 존재합니다.


'참!잘했어요.'

'잘했어요.'

'노력하세요.' 가 그것입니다.


노력하세요 도장은 결과물이 다소 부족함이 느껴질 때 찍힙니다. 확인은 하였으나 통과의 기준에 부합지 못하므로 더 노력을 기울이기를 요청합니다. 약간의 아쉬움과 인간적인 마음이 공존합니다.


다음은 통과를 전제로 나누는 두 단계입니다. 잘했어요와 '참!잘했어요'는 수우미양가 평가 체제에서 '수'와 '우'의 차이 또는 '우'와 '미'의 차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잘했어요도 좋지만 참! 이 붙으면 더할나위 없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우미양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을 이어보겠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가'는 가능성이 없으니 그냥 집에 가라는 말의 준말이라고도 했는데, 혹시 수우미양가의 뜻을 아시는지? 때로는 우리가 뜻도 모르고 사용하는 말들이 주변에 꽤 있습니다.


수는 빼어날 수

우는 넉넉할 우

미는 아름다울 미

양은 어질 양

가는 가능할 가


즉, 가는 가능하다는 뜻이고

양은 어질다는 뜻이며

미는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미,양,가를 받으면 뜻만큼 기분이 좋으셨는지요?

넉넉하고 빼어나기만을 위해 나머지는 하찮게 여기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런의미에서 5단계 체계가 사라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성적표에 석차도 기재하지 않으니 더 진일보를 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지구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이 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잘한다는 것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스스로를 동경할 수 있도록 동경의 방향을 바로 잡아줍시다.




지금 저는 잘했어요와 노력하세요 도장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직 '참! 잘했어요' 도장만 사용합니다.  

전 이 도장이 아이들에게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수우미양가 5단계로 아이들을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일 뿐

어떤 도장으로도 나누어 찍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모두에게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줄 생각입니다.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 너를 동경한다."


ⓒ 황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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