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위한 3명의 동료 만들기
여러분은 혹시 학교가 공룡 같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학교가 공룡이라는 표현은 주로 학교의 변화와 혁신을 주장하는 일부 혁신가들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학교의 조직과 규모가 너무 거대해져서 구성원 간의 소통 및 전달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입니다. 즉, 학교의 몸집이 너무 크다. 학교가 워낙 커지다 보니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꼬리가 알 수 없고, 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등에서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학교의 적정규모는 정해진 바가 없지만 요즘 학교는 매우 큰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적정한 학교의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단 교직원이 100명이 넘어가면 하루에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 교직원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신과 관련된 과정이 아니면 관계하지 않게 되기 쉽습니다. 만나고 소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공감 및 소통이 이루어지기에는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지요.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학급에 25명으로 가정할 때 한 학년에 10반이 있는 초등학교라고 가정하면 학생수는 거의 1,500명에 육박합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조직이지요.
그래서일까요? 학교는 변화에 가장 둔감한 기관이기도 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변화를 가장 두려워하며 전통을 고집하고 있지요.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민간기업의 경우 생사가 달려있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하고 조직을 혁신하는데 반해 학교는 너무 안정적인 구조라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변화가 죽고 사는 문제라면 자의든 타의든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정반대의 상황이라면 굳이 해오던 것을 바꿔야 하는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든 이 말에도 모순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계없이 학교 또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학교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경기도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확대되었던 '혁신학교' 사례에서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i-좋은 학교'로 시작해서 '다혼디 배움 학교'라는 이름으로 약 50개의 학교가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혁신은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민주적 학교 운영이 필요합니다. 기존 학교의 권위는 교장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학교가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참 곤란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맞다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이것이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이 복잡한 사회에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만 추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대한 대답은 A교장 선생님이 계실 때 아주 활발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던 학교가 B교장 선생님이 부임 후 완전히 폐쇄적인 학교가 된 사례를 통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교장 선생님의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도 중요하고 B교장 선생님의 학교와 학생의 안전은 모두 학교가 추진해야 할 덕목이니 둘 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적 학교 운영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조직으로 시스템화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다양하지만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안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교장에 집중된 권한을 내려놓고 각종 위원회 및 학부모와 함께 결정하고 함께 운영하는 민주적 학교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가 필요합니다.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학교는 체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 구석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나머지가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습니다. 관리자, 보직교사, 담임교사, 교과전담교사, 전문상담교사, 영양교사와 보건교사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는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합니다. 창의적 교육과정이란 배움의 주인공인 학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의미합니다. 배우는 것과 생활이 동떨어진 것이 아닌 삶과 앎이 하나 되는 교육과정, 다시 말해 배운 것이 바로 생활로 이어지고, 또 생활에서 발견한 의문을 통해 학습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을 말합니다. 존 듀이의 경험적 학습철학이 그 근간이 됩니다.
시간은 좀 지났지만 예전 E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3의 법칙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횡단보도 중간에서 한 명 또는 두 명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데 반해 3명 이상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두 따라서 그곳을 향해보더라는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 실험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3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군중심리라는 심리적 작용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위해서는 군중심리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이 실험의 깨달음을 참고한다면 옆 반 선생님이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집단에서 소수라고 인식되면 따라 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세 사람 이상의 선생님이 평소와 다르게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한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변화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자연스레 그 변화의 바람이 동참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학교 전체를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까 정리하면 결국 3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조금 더 전문적인 연구와 보고서도 존재합니다. 칼 로저스가 조직의 변화를 위한 변화 곡선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어떤 조직이든 혁신을 위한 2.5%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100명의 교직원을 가정할 때 2.5명이 되는 것이니 어쩌면 3의 법칙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최소 2.5%의 혁신가가 있을 때 변화할 수 있으며 이 중 13.5%가 변화에 참여할 때 그 조직의 변화는 급격하게 진행됩니다. 13.5%의 초기 채택자가 변화에 참여하고 나면 34%가 변화에 참여하며 완만하게 변화의 최고점을 찍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직 제가 어떤 힘을 가진 위치는 아니지만 지금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에 필요성에 공감하고 혁신을 추구할 3명을 모으는 것이겠지요.
학교는 어떻게 혁신할 수 있나라는 거창한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매직 처방은 내릴 수 없지만, 나부터 2.5%, 3의 법칙 중 1명이 되기로 합니다.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나머지를 채워보겠습니다. 학교의 혁신을 위해 고민 중이라면 당신이 주인공이 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