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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Aug 31. 2023

사그리다 파밀리아 바실리카를 가다

가우디가 남긴 미완의 걸작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은 스페인에서의 첫 일정으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찾아가는 날. 한국에서부터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여 예매해야 하기 때문에 스페인 도착 바로 다음 날 오전 10:30분으로 예약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바실리카

내가 묵는 숙소에서는 30분정도 떨어진 거리였는데, 사그리다 파밀리아로 가기 위해 메트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당연히 메트로 역 이름도 사그리다 파밀리아. 오전이라 메트로는 한가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메트로의 출구를 올라서니 웅장한 그 자태가 눈 앞에 바로 펼쳐진다. 앞에는 이미 각국의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직 입장까지 한 시간 이상 남아있던 터라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는 호수 앞으로 이동하여 사진에 담아본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전경

먼저 외관을 살펴본다. 정면에 보이는 부분이 탄생의 파사드로 가우디 생전에 직접 완성한 유일한 부분이다. 가우디는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건축을 1882년에 시작했는데 시작하면서부터 생전에 완성하기 어려울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건축물에 대한 설계, 구조 그리고 완성에 대한 예시를 그림으로 남겨두어 후세에도 건축이 이어지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탄생의 파사드는 이후 건축될 고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를 건축하는데 본보기가 되도록 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완성 예정 모형

입구에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바실리카가 완성될 모습의 모형이 전시되어있다. 지금의 진행정도는 90%에 가까우며 가운데 거대한 종탑과 일부 탑들을 완성하고 나면 140년이 넘는 공사가 완공될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이를 2025년 정도로 예상하는데, 이때 이 사그리다 파밀리아에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탄생의 파사드

입구 게이트를 지나 올라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부분인 탄생의 파사드(파사드는 면이라는 뜻) 수태고지에서부터 예수님의 출생, 그리고 동방박사들의 경배와 만물이 기뻐하는 모습을 가우디는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이런 생생한 표현의 조각을 위해 가우디는 실제 모델에게 동작을 취하도록 하고 이를 석고로 활용하여 조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조각 하나 하나가 놀랍도록 정교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탄생의 파사드 주요 모습

성경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은데, 탄생의 파사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그림책으로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입장권과 함께 대여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에서도 탄생의 파사드에서만 (실제 바실리카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30분에 가까운 설명을 한다. 스페인의 따가운 볕이 힘들었지만 조각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놀랍고 또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즐거움도 있었다.

탄생의 파사드에 대해서만 설명이 30분이 넘으니 여기에 얼마나 많은 건축의 철학과 가우디의 신앙심, 그리고 숨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으니(유튜브 검색으로도 수십개의 영상이 있으니 더 궁금한 분은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것을 추천) 아주 사적인 여행기를 쓰는 나는 나의 소감과 사견에 그치기로 한다.

천사들의 나팔소리와 사람들이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기뻐하고 경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면의 맞은 편에는 헤롯이 메시아의 탄생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여 3살 미만의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한 명령에 따라 아이들을 죽이는 군사들의 조각도 있다.


내부

사그리다 파밀리아 바실리카의 내부로 들어온다.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웅장함에 입을 다물기 힘들다. 높은 천정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고 그 기둥들은 나무를 닮았다. 당시의 건축기술로는 불가능했던 기법이라고 하는데, 상부의 큰 하중을 견디기 위해 당연히 대들보가 필요한데 가우디는 그런 가로 구조물을 모두 없애고 오로지 기둥으로만 버티도록 한 것이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내부

이런 구족 덕분에 천정이 그대로 조망되고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다. 단 이러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가우디는 기둥을 나무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올라가면서 가지가 뻗어지는 나무처럼 아래는 튼튼한 기둥으로 상부로 올라가면서 지붕에 있는 12개의 종탑을 받칠 수 있도록 나뭇가자처럼 뻗게 한 것이다. 자연히 대칭구조로 만들어지는 이 기둥들 때문에 상부의 무거운 종탑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내부에서 바라본 천정은 기하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느껴진다.

중앙홀의 천장부분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가우디는 특히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건축가로 유명한데, 모든 것이 자연, 즉 창조주의 섭리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사그리다 파밀리아 바실리카를 건축하면서도 이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녹아내기 위해 모든 면에서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바실리카의 가장 높은 부분이 될 마지막 종탑은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보다 0.5미터 낮게 설계했다고 하는데 이는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하나님께서 만든 자연보다 높으면 안된다는 그의 원칙이 담겨 있다고 한다.

내부의 각 부분

또 놓칠 수 없는 부분은 빛을 활용한 스테인드 글라스이다. 가우디는 이 바실리카의 모든 것에 자연광을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먼저 성당 내부의 좌측면 (탄생의 파사드 안쪽)에는 초록색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였다. 이쪽은 지리적으로도 바르셀로나의 동쪽으로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다. 오전에 떠오른 햇살이 이 창을 통해 찬란한 빛을 쏟아낸다. 내부에는 온통 초록의 빛이 감돈다. 반대로 고난의 파사드가 있는 서쪽은 붉은 스테인 글라스를 사용했다. 저녁 석양은 이 창을 통해 내부를 더 붉게 물들인다.


영광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

탄생의 파사드와 고난의 파사드와 다르게 영광의 파사드는 내부의 면, 곧 바실리카의 후면에 위치한다. 여기에는 전세계 언어로 적힌 거대한 조각을 마주할 수 있는데 한글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각 언어로 적힌 성구

한글을 찾으셨는지? 힌트를 드리자면 좌측 하단에 위치하며 문구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이다. 아마 다른 표현도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고난의 파사드

고난의 파사드

고난의 파사드는 탄생의 파사드 반대쪽으로 입구를 들어와 내부를 거쳐 밖으로 나가면 위치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가우디는 탄생의 파사드만 완성하였기에 이 파사드는 가우디의 영향을 받은 조각가 수비락스에 의해 완성되었는데, 그는 최대한 자기의 색은 죽이고 가우디의 의도를 표현하기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고난의 파사드 각부분

상대적으로 탄생의 파사드에 비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가우디가 고난의 의미를 보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의도했다고 했다.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과 이를 조롱하는 로마병정, 재판받으시는 모습과 십자가에 달리기까지의 모습이 모두 표현되어 있는데 보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법의 숫자 퍼즐,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33이 나온다

중간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을 만났는데 꼭 퍼즐과 같았다. 알아보니 이는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이며 돌아가신 나이인 33을 표현하는 것으로 어느 방향으로 덧셈을 하더라도 33이 나온다고 한다.


가우디 박물관

고난의 파사드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가우디 박물관이 위치한다. 여기에는 가우디가 직접 바실리카를 설계할 때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사용했다는 거꾸로 된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모래주머니가 있는데, 무게 중심을 고려한 건축을 위해 이렇게 중력을 실험하고 정반대로 시공하는 천재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그리다 파밀리아 바실리카의 방문을 마친다. 가우디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시작하여 예수님의 일대기를 거치며 성스러움과 경이로움으로 마친다. 실로 가우디에 대한 놀라움과 존경이 생긴다.

1882년에 시작한 건축의 첫 걸음부터 현재에 이르는 건축과정이 전시되어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브루즈 칼리파나 제2롯데월드 타워도 뚝딱 짓는 요즘 아직도 건축하고 있다는 스페인의 방식이 의아했는데, 지금도 가우디가 설계한 그리고 시공하던 방식 그대로 짓고 있다고 한다. 완성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더 두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 작은 울림이 있는 행동이다.

마지막으로 사그리다 파밀리아에는 전 세계의 카톨릭 성자들의 이름을 스테인 글래스에 표현하여 기억하도록 하고 있는데 한국인으로는 ‘김대건’ 신부도 기록되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한글로 적히지는 않았고 영어이름이었던 안드레아 김(A.kim) 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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