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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Sep 08. 2023

노천카페를 사랑하는 사람들

유럽사람들의 노천카페 사랑에 대한 사적인 고찰

Hola!


'올라'라는 인사가 이제 제법 익숙해진다. 어딜 가거나 마주하는 사람과 올라! 길에서 눈이 마주치면 올라! 이렇게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가 제법 마음에 든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따듯함이 있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는데, 아마도 '뭘 봐?' 하지 않았을까?

노천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

그런 사람들의 생활 모습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들의 노천카페 사랑이다. 어딜 가나 노천카페가 있는데,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날씨가 무더운 요즘 같은 날인데도 말이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 빈 자리가 있어도 노천에 앉는 사람들을 보니 의아하다. 혹자는 이를 유럽 감성이라고도 하는데, 성수동 어딘가 카페에서 노천에 마련해 둔 자리를 보며 스스로 그렇게 부르기도 했단다.


노천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방, 상하를 덮거나 가리지 아니한 바깥쪽을 의미하는데, 야외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 노천카페는 야외 카페인 셈이다.


시원한 저녁에 마당 앞 평상에 앉아 시원하게 수박을 먹는 문화는 우리에게도 있지만 왠지 우리의 것과는 다른 느낌이 난다. 식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것을 노천에서 해결하니 말이다. 먼 동방에서 온 나에게는 사뭇 이해가 되질 않았다.

노천 자리에는 밤 낮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들의 노천카페 사랑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데, 낮에도 밤에도 노천카페에 앉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정오의 햇살이 매우 강렬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실내에 좌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천 좌석이 먼저 차더라.

테라스 좌석에 앉은 경우 10%의 서비스 금액이 추가된다는 안내가 적힌 메뉴판

그뿐 아니다.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곳에서는 노천에 자리를 잡았을 경우 주문 금액의 10%를 추가하기도 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런 노천카페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노천에 앉은 다양한 사람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가게들의 면적이 좁기 때문은 아닐까? 유럽의 경우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 모든 것에서 공간의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주차가 그렇다. 주차장을 만들 공간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차가 일렬인 경우가 많고 우리에게 익숙한 주차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천카페의 경우에도 모두 작은 가게를 함께 하고 있는데 가게 내부에는 주방과 작은 수의 테이블이 위치한 작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가게 앞으로는 가게 내부보다 훨씬 많은 테이블을 놓고 노천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어디에선가 노천의 공유 지분 점유에 대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낸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다. 보다 많은 손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노천에 좌석을 펼쳐야 했던 것은 아닐까?

노천을 펼치는 것에는 글로벌 브랜드도 차이가 없다

다음으로는 좋은 날씨와 기후 때문은 아닐까? 스페인 하면 '태양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날씨가 좋다고 한다. 365일 중 360일이 맑은 날이라고 하니 더 할 말이 있을까? 그 말처럼 정말 날씨가 맑고 쾌청했다. 그리고 해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저녁 8시는 환했고, 저녁 9시가 넘어야 일몰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아침은 간단한 게 먹지만, 점심은 1시부터 3시까지, 저녁은 7시에서 9시까지 여유 있고 길게 먹는다고 하니 우리와는 참 다르구나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부리는 것일 수 있겠다.

늦은 시간 노천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유롭게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리도 이들의 문화를 체험하고자 적당한 테라스에 앉았다.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으니 왜 이렇게 노천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대신 차를 즐기지는 않는 이곳에서는 커피나 와인을 택해야 했다. 같은 유럽이어도 홍차를 즐기는 영국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구나.

스페인의 저녁, 공원과 건물 그리고 사람이 이룬 조화가 보기 좋다.

스페인의 저녁이 깊어간다. 이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존중하며 배워나가는 것이 즐겁다. 오늘의 기억도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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