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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Sep 10. 2023

마음으로 하는 말, 감사합니다.

말에 담긴 진심은 어디에서나 통하더라

모루공원에서의 일몰

포르투의 저녁노을은 눈이 부셨다. 살면서 이렇게 노을을 바라본 것이 얼마만이지? 우리는 서로에게 되물으며 포르투의 일몰을 즐기고 있다. 에펠의 제자가 지었다는 동루이스 다리를 지나면 모루 공원을 만나게 된다. 모루 공원에 앉으면 도우강을 정면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도우강과 그 뒤로 펼쳐지는 일몰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래서 포르투 전체에 흩어진 관광객이 저녁만 되면 이곳에 모두 모이다고 할 정도다. 포르투갈의 일몰은 대략 저녁 9가 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저녁 7시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저녁시간이 꽤나 넉넉한 편이다. 포르투갈은 유럽 대륙에서도 서쪽 끝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많았던 나라는 아니라고 한다. 한국사람들에게도 한 번 가는 유럽에 끼워넣기 애매한 동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딜 가든 밝고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매우 긍정적인 나라라는 인상이다. 어딜 가든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의 개방성이 부럽기도 하다.

포르투의 모루 공원에서의 일몰


우리가 지금 여기 있음에 감사해


아내가 나에게 말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인생의 한 순간에 포트루갈의 포르투에서 맞이하는 일몰 한 장면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그저 붉게 타오르는 서쪽의 하늘이 그림같이 내 마음에 새겨진다.


감사합니다.

어디를 가든 외국을 갈 때는 그 나라의 말을 어느 정도 익혀가는 것이 좋다. 특히 자주 사용하게 되는 ‘미안합니다’와 ‘감사합니다’가 그렇다. 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는 ‘그라시아스’ 이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를 지나면서 그라시아스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포르투갈로 넘어오면서 포르투갈어로 감사합니다를 다시 배워야 했다. “포르투갈어로 감사합니다는 뭐지?” 묻는 아내를 대신해 포르투갈의 첫 가게에서 만난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How do you say thank you in prtuguese?” (땡큐를 포르투갈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나요?) 그랬더니 활짝 웃으며 대답해 준다. ”Obrigado” 오브리가도라고 한다. 조금 생소하다. 그래도 웃으며 따라 해본다 “오브리가도” 그러자 상대도 웃으며 오브리가도 한다.

우리가 하는 오브리가도가 그들이 하는 오브리가도와 어찌 같으랴. 우리가 하는 그라시아스가 그들이 하는 그라시아스와 어찌 같을까. 하지만 어색하게나마 자신들의 표현으로 감사를 표현하려는 동양인의 노력이 기특하게 보인 걸까? 환한 미소로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즐겨보는 TV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보면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 친구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감~사~ 합니다’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발음이 조금 어색하면 어떤가. 그냥 땡큐하고 해도 될 것을 어려운 우리말로 하려는 그 노력이 좋아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오브리가도, 그라시아스가 그렇게 느껴진 것은 아닐까?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마음으로 하는 것인가 보다.

포르투의 모루 공원에서의 일몰, 시간이 조금 더 진행되었다.

감사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이번 글의 주제를 감사로 잡은 김에 하는 말인데, 브런치를 하면서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비록 글 하나에 열댓 명의 라이킷에 불과하고 백 명이 채 안 되는 구독자이지만 이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하찮은 글에도 기꺼이 ‘라이킷’을 눌러주는 그분들은 과연 천사들일까?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이들의 라이킷이 이 글을 정독하고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혹여는 자신에게 돌아올 라이킷을 위해 뿌리는 씨앗 같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게 어딘가? 라이킷을 주신 분들은 가능하면 찾아가서 그분들의 글도 읽고 라이킷을 갚는 마음이다.


라이킷에도 엄격한 분들이 있더라. 정말 잘 쓴 글이 아니면 나는 라이킷을 주지는 않을 거야. 그런 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어떤 분들은 라이킷에 허용적인 분들도 있더라. 라이킷 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각자 최선을 다해 발행하였을 텐데 힘을 주는 것이 좋지. 그런 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나는 굳이 꼽자면 후자에 속한다.) 여행 중 피곤한 중에도 “아, 글 써야 하는데”하는 나에게, “기다리는 구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쉬어가며 써요”하는 아내의 말. 나를 위한 말임에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마은 한켠이 씁쓸했다. 가히 틀린 말도 아니기에 “맞지” 수긍하다가 속으로 ‘그래도 내 글에 라이킷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생각에 이른다. 언젠가 이 분들을 위해 이 내용을 꼭 서야겠다 다짐했었다. 이 감사의 인사도 읽으시는 분이 가져가시는 것일 것. 글에 마음을 담아 써내면 그뿐일 것이다.

파두 공연 포스터

포르투갈의 전통악기 파두

돌아오는 길에 파두 공연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포르투갈의 전통악기인 ‘파두’ 포르투갈의 기타로 불리는 파두는 12줄로 이루어졌다. 파두 이름의 유래는 라틴어 ‘파툼’이라고 하는데, 파툼은 라틴어로 숙명 또는 운명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 정서인 ‘한’과 비슷한 문화가 흐르는 듯하다. 파두 공연을 본 아내는 ‘트로트’를 닮았다고 했다. 사적인 내 견해로는 평생 바라를 향해 삶을 영위해야 했던 해양인으로서의 포르투갈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니 바다를 향해 떠나보낸 가족과 그들을 기다리면 불렀던 노래 파두. 거기에 아랍의 영향과 지배를 받았던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와 켈트족의 영향까지 더해지며 복합적인 장르로 발전했으리라. 파두 공연의 여운을 남긴 채 오늘도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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