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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Sep 02. 2023

멍청비용과 자유여행

자유여행에서 필요한 멘탈관리


자유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지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자유롭게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힘들지만 자유여행을 고집하는 이유다. 게다가 ‘살듯 여행’하는 요즘 컨셉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주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시민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대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찾고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가끔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숙소 찾기, 교통편 찾기 등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때로는 여행인지 미션인지 헷갈릴 때가 있기도 하다. 공항에 도착하면 시내로 이동하기, 시내로 이동하면 숙소에 체크인하기, 숙소에 체크인하면 그제야 그 도시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곧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기차역으로) 이동하여 도시를 떠나게 된다. 이게 곧 여행의 과정. 이 과정에서 불가피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도시마다 숙박, 식음료, 교통에 대한 체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며 일정의 모든 것을 준비하고 챙겨주는 패키지여행은 효율적으로 따지면 최고에 가깝다. 전문 가이드의 수많은 경험을 반영하여 꼭 필요한 것만 쏙쏙 뽑아서 담은 데다 조금의 위험요소도 없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버스로 이동하면 최소한의 동선으로 가장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매번 선택의 순간에 선다. 안타깝게도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하지는 못한다. 지하철의 ATM기 앞에서 표 하나 사는데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멍청비용

멍청비용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 나에게 꼭 해당되는 말이지만 내가 만들어 낸 말은 아니다. 검색창에 멍청비용이라고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뜻풀이가 나온다. “멍청비용은 개인적인 부주의로 발생한 실수로 의도하지 않게 지불하게 되는 비용을 말한다. 예컨대 돈을 뽑기 전 미리 알아봤으면 아낄 수 있었던 현금인출기 수수료나 할인 기간을 놓쳐 제값을 주고 상품을 샀을 경우, 일기예보를 미리 보지 않아 우산이 집에 있음에도 또 구입했을 경우 등이 멍청비용에 해당된다. (출처:시사상식사전)”


쉽게 말하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지불한 경우를 말하는데, 단 조건은 그런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이 조금 역설적인데,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도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멍청비용으로 인한 고통은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나중에 내가 멍청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이게 정말적인 것이다.


멍청비용은 사실 여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데, 내가 지금 여행 중에 있기에 이런 멍청비용이 발생하기 있어서, 자유여행과 연결하여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자유여행 = 멍청비용으로 확대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분명 자유여행을 하면서도 알뜰하고 경제적으로 지혜롭게 여행하는 여행자가 있으리라.


나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데 대략 이런 식이다. 마드리드의 교통권은 1회권과 여행자를 위한 1일권으로 구분되는데, 1일권의 경우 교통권 자체의 발급비용이 0.5유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교통권으로는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은 불가하기에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권을 별도로 끊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발급비용 0.5유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항에 막 도착하고 마주한 ATM은 야속하게도 일체의 팁을 제공하지 않기에 오로지 내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뒤에 대기 줄이 늘어날수록 마음은 급해진다. 결국 1일권 2매를 먼저 구입한 후,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교통권을 2매를 구입했는데, 그런데 오면서 생각해 보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교통권만 먼저 끊은 후 (보증금 0.5유로 2매) 시내로 들어와서 사용한 그 교통권에 1일권을 충전하면 되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몰랐으면 참 좋았을 텐데,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기차에서 내도록 1유로가 떠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이 머리에 맴돌면 몸은 처지고 마음은 위축된다. 이뿐이랴 유럽의 여러 뮤지엄 및 박물관은 학생에 대해 할인을 제공하는데, 대학원생도 포함되므로 당연히 나도 받아야 하지만 이를 받으려면 국제 재학증명서를 미리 발급받아왔어야 함을 이제야 알아 대폭의 할인을 받지 못한다거나, 의사소통의 문제로  받지도 않은 서비스의 대금 또는 사용하지 않은 물품의 금액을 지급하거나 하는 등의 멍청비용이 참 많이도 발생하더라.

멍청비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계속된다. 사실 이미 발생한 멍청비용에 대해 해결책은 거의 없다. 대부분 미리 챙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많다. 따라서 가장 현명한 방법은 지나간 멍청비용은 잊고 지금을 충실하게 즐기는 것이며 다시 이런 멍청비용을 내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뿐이다., 이 멍청비용에 대한 자책이 여행을 좀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때문에 남은 일정도 망쳐버지리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남은 여행의 시간이 많다. 작게는 나의 이 유럽여행이며, 크게는 우리의 인생 자체의 여행이다. 살면서 멍청비용을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이미 냈다면 어쩌랴? 이 돈이었으면 ~는 했을 텐데, 하며 후회하고 있지만은 말자. 정신을 바짝 차리면 된다. 우리네 선조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 ’ 액땜했다’는 표현으로 멘털을 관리하셨더라. 더 큰일이 있을 뻔했는데,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의 지혜가 담겨있다.


혹시 지금 여행에서 인생에서 멍청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는 않으신지?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자책하고 있지는 않으신지? 그런 분들께 과감하게 조언드린다. “이미 지난 일에 얽매지 마시고 앞으로 잘하시면 됩니다.” 말을 하고 보니 딱 지금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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