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와 엘클라시코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카탈루냐’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동쪽의 지역으로 오른쪽으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바르셀로나는 이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도시이며 스페인에서도 자치권을 인정받고 자치 정부가 수립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카탈루냐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스페인을 왔다니 그만큼 준비가 많이 부족하기는 했나 보다.
스페인여행을 위해 여행 스페인어 회화를 연습한다고 했는데도 현지에서는 많이 부족해 영어를 섞어 쓰게 되었다. 대략 인사(올라)와 감사(그라시아스) 그리고 서수(우노, 도스, 뜨레스, 콰트로) 정도를 실전에서 사용해 봤다. 그러던 중 한 스페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잠깐 대화를 나눠본다.
스페인 사람 : 올라. 너 스패니쉬가 가능하니?
나 : 아니 조금 할 수 있고 배우고 있는 중이야.
스페인 사람 : 그래? 무슨 스페인어 배우는데?
나: (어리둥절) 나 스페인 어를 배우고 있어.
스페인 사람 : 그러니까 무슨 스페인어? 카탈루냐어? 아님 까스티야어?
세상에 이게 무슨 말이람? 스페인어가 하나가 아니라고? 나중에 찾아보니 스페인어는 종류가 다양했다. 실제로 영어와 한국어와 같이 외국어로서는 에스파뇰이라고 부르지만 국내에서는 갈리시아아, 바스크어, 카탈루냐어, 까스티야어로 구분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바르셀로나 지하철에 안내된 표지판에 영어도 아닌 것이 스페인어 비슷한 언어가 적혀있었는데 이게 바로 하나는 카탈루냐어, 다른 하나는 까스티야 였구나. 사투리 같은 개념인가 해서 물어보니 사투리 같은 개념이 아니고 아예 독립적인 언어로 지위를 가지며 각종 공문서에도 병기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예전에 뉴스에서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시위가 나왔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 당시 격렬한 투쟁으로 스페인이 여행 자제국가에 속하기도 했었더라. 지금은 시위는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독립의 마음이 크다고 한다.
카탈루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갑자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7년 10월 1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되었고, 압도적인 90%의 찬성으로 분리 독립을 주창한 바가 있었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중앙 정부에서는 이 투표를 불법투표로 간주하고 카탈루냐 지방 정부의 강제 해산과 분리 독립을 이끈 푸지데몬을 체포하려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도 푸지데몬은 스페인에 들어오지 못하고 해외에 체류 중이며 체포에 저항하고 있다고, 현재는 잠시 멈춘 소강상태)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시체스 등의 인근 도시를 여행하다 보니 스페인의 국기보다는 이렇게 생긴 카탈루냐의 국기를 걸어 놓은 집이 더 많았는데, 이는 여전한 이들의 독립 의지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스페인이라는 나라로 잘 살고 있고, 자치권을 부여받은 상황인데도 독립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야기를 풀자면 옛날 옛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아주 간략하게 역사를 살펴보자. 언어가 각각이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나라가 달랐다는 뜻.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왕국과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왕국은 엄연히 다른 두 개의 왕국이었다고 한다. 각자 잘 살고 있는 왕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베리아 반도에 대한 이슬람의 공격과 아래 아프리카에서의 침공이 계속되었고 이베리아 반도를 지키기 힘들어진 상황이 된 것이다.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왕국이었기에 이교도에게 빼앗긴 땅을 회복하고 가톨릭 왕국을 굳건히 지켜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들의 과업이 되었고 이들은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관습을 통해 연합하게 된다.
1479년 아라곤 왕국의 국왕이었던 페르난도 2세는 까스티야 왕국의 여왕이었던 이사벨 1세와 결혼을 통해 양국의 통합을 공식 선포하였다. 두 명은 양국을 동시에 통치하는 카스티야-아라곤 연합 왕국이 된 것이다. 1492년 페르난도와 이사벨의 연합 군대가 그라나다에 위치한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를 격퇴함으로써 이베리아 반도의 완전한 회복을 이뤄내며 아름다운 결말을 그리는가 했지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까스티야 왕국이 카탈루냐 왕국보다 영토나 인구가 월등히 많았기에 이후 차별적인 정책이 이어진다.
마드리드는 왕과 귀족을 위한 도시로 각종 미술관, 박물관과 공원이 세워지고 관리된 반면 카탈루냐 지역은 노동자의 도시로 발전되며 각종 혐오시설 및 공장등이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지방인 바르셀로나를 무시하고 천하게 여기는 풍토가 만연되었다고 한다. 까스티야 인에 의한 카탈루냐 인에 대한 차별인 셈이다. 이는 프랑코 총통에 의해 민족문화적 차별 정책 시기에 극에 달한 것이다.
물론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운동이 우리와 같은 식민 통치 경험이 있는 나라들의 독립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에 대하 기저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현재 스페인의 전체에서 카탈루냐 지역의 경제 수준이 가장 높다. 때문에 납부 세금도 가장 크다) 물론 현재 잦아든 이유 또한 독립 이후 미칠 경제적 타격에 대한 이유이다. 때문에 분리 독립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하기 어렵다 다만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이를 전개해 나갈지 관심이 갈 뿐이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보니 축구가 더 재미있어진다. 카탈루냐를 중심으로 한 FC바르셀로나와 까스티야를 대표하는 레알 마드리드는 모두 축구의 명가이면서 두 지방을 대표하는 구단이다. 그러니 이 두 구단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축구를 좋아하는 이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감정이 있는 두 지역의 경기라니 이는 마치 한일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가 아닐까? 이 두 구단이 맞붙는 경기는 실제로 엘클라시코라고 불리며 응원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차별당해 온 그간의 역사와 아픔을 가지고 맞서는 바르셀로나와 이에 힘의 우세를 지키려는 마드리드의 경기는 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엘클라시코 직관은 버킷리스티이기도 한가보다.
아쉽게도 스페인에 있는 기간에는 엘클라시코의 경기가 열리지는 않았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였어도 아마 경기가 있었다면 직관을 갔으리라. 그리고 앞으로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더 관심이 갈 것은 분명할 것 같다. 나는 지금 마드리드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 있다. 스페인의 첫 도시가 바르셀로나였고 카탈루냐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글을 쓰이기에 행여나 친 카탈루냐 적으로 쓰이지 않았을지 경계하였는데 자신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 마드리드의 입장과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다가올 마드리드에서의 시간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