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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연변호사 Jan 13. 2023

변호사님, 결혼하셨어요?

이혼전문변호사의 고충에 관하여



변호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혼사건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때는 의뢰인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였다.     


“변호사님, 결혼'은' 하셨어요?”     


이 의미는 '딱 봐도 나이는 어려 보이고 당연히 변호사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경험도 많이 없을 텐데. 그럼 결혼이라도 했나?'의 의미로 생각된다.



하긴, 내가 봐도 새파랗게 어려 보이는 변호사가 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 이혼사건을 진행하겠다며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이런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몇 명의 의뢰인들이 이런 질문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일부러 가벼운 미소와 함께 “아니요.”라고 답을 하였다. ‘어려 보이긴 하지만 실제 어린 건 아니에요. 결혼은 안 했지만 이혼 사건 경험도 많고요.’ 뭐 이런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혹시라도 나이가 어려 보이는(=경험이 많지 않아 보이는) 또는 결혼을 하지 않은 변호사가 내 사건을 진행하게 되어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어차피 내가 선임한 변호사인데 뭐가 불안하다는 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본인은 경력 많은 A변호사를 선임하였는데 실제 사건은 A변호사가 고용한 B변호사가 담당하여 진행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러한 B변호사였다. 참고로 현재 우리 법무법인은 모든 사건을 대표변호사가 직접 진행합니다. 흠흠). 결혼을 하지 않은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이혼의 사유를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므로 그간 내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관계를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폭언·폭행을 하거나 바람이 피웠거나 시부모와 고부갈등을 겪었거나 성격차이이거나. 물론 내가 결혼을 하고 보니 ‘이해’를 했던 것과 ‘공감’이 되는 것은 분명 다르나 변호사가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이해’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나이가 많은 변호사가 당연히 경험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심각한 오해이다. 내 동기들 중에는 나보다 15살이나 많은 분도 있었다.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 해에 분명 나와 그 동기 모두 1년 차 변호사인데 그 동기는 마치 10년 차 변호사처럼 보여 조금 부럽기도 했더랬다.     



그래서 20대의 나는 ‘의뢰인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나이가 들어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래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긴 하였으나 ‘나이가 들어 보이기 위해’ 거의 화장기가 없는 얼굴로 검은색 정장만 주야장천 입고 다녔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20대가 화장을 하든 하지 않든, 노란색 원피스를 입든 검은색 정장을 입든 어려 보이는 건 매한가지였을 것 같다. 20대인데!     


연차가 좀 더 쌓이고 난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간 수백 건의 이혼 사건을 진행하였고 수백 가지의 이혼사유들을 경험하였으며 이제 의뢰인들의 사정을 ‘공감’할 수도 있다. 며칠 전 ‘시험관시술을 하는 동안 남편이 단 한 번도 병원에 같이 가 주지 않았다.’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차사용이 안 되었어요?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라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서로 시험관시술을 한 병원을 얘기하고 또 같은 병원이라고 반가워하며 어떤 교수님께 시술을 받았는지, 몇 번 시술을 했는지 수다를 떨다가(이 부분은 상담이라고 하긴 어려우니) 정해진 상담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제 의뢰인들이 나에게 “변호사님, 결혼하셨어요?”라고 묻지 않는다. 그때는 그 질문이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왜 안 물어보나 생각한다. 물어봐주면 자연스럽게 “어머, 저 애가 둘이에요. 호호.”라고 할 텐데. 실제 나이처럼 나이가 들어 보여서가 아니라 10년 차의 여유로움과 연륜 때문 일 것이라고 자위해 본다. 아, 변호사의 사생활에 대해 묻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는 배려 깊은 사람들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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