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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연변호사 Apr 13. 2023

학교폭력사건 근절대책

요즘 학교폭력이 엄청난 이슈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온 국민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내놓겠다길래 며칠 전부터 어떤 내용일지 기대하고 있었다. 진정한 가해학생은 제대로 된 처분을 받고 피해학생이 정서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했다. 가해학생에 대한 학폭 처분 기록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학폭을 대입 정시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근절'대책이 아니다. 당장 생각나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학생의 진심이 담긴 사과이다. 가해학생의 반성이 있어야 피해학생이 용서를 하고 그 과정에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해학생이 사과를 할 만큼의 양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양심이 없다면 최소한 진학에 관심이 있고 이 때문에 생기부 기재를 걱정하는 학생이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그 부모라도 이성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자녀로 하여금 피해학생에게 사과하도록 교육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가해학생은 양심도 없고 진학에 관심도 없고 부모 역시 아이를 방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떻게 그런 부모가 있어? 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학폭위에 아예 출석하지 않는 부모도 종종 있다(학폭위에는 가해학생과 그 부모가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다). 이런 가해학생들에게 생기부 보존 기간을 늘리고 수능 정시에 학폭기록을 반영하는 것이 어떤 영향이 있을까. 그리고 이 대책으로 인하여 피해학생은 좀 나아질까.     


이런 경우도 있다. 요즘 학폭은 언론에 보도되는 그런 심각한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니, 이게 학폭이야?’라고 생각할 만한 사소한 일들이 더 많다. 분명 교사가 적절하게 중재하고 아이들끼리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갈등’에 불과한 일을 요즘 아이들이나 부모는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여학생 세 명이 친하게 지내다가 1명이 2명과 싸워 같이 놀지 않게 된 때, 남학생들끼리 서로 장난으로 툭툭 치다가 한 명이 기분이 나빠졌을 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 장난을 치며 여학생의 작은 머리핀을 뺄 때. 언젠가는 남학생이 우연히 여학생의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그 여학생이 내 것이니 돌려달라며 뛰어 오다가 복도 바닥에 넘어진 사건에서 남학생을 학폭으로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나아가 아이들끼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잘 지내고 있는데 부모들의 감정싸움이 되어 학폭위까지 가는 경우들도 많다. 부모의 감정싸움이자 자존심싸움은 결국 명확한 승패가 있어야만 끝이 난다. 이제 학폭기록이 수능 정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든 저 녀석(가해학생) 인생을 망치겠다.’는 피해학생측 부모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게 학폭사건의 근절대책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의 가장 큰 불만이기도 한데. 학교폭력 조치의 적용기준은 고의성, 심각성, 지속성, 반성의 정도, 화해의 정도를 각 점수화 해서 해당 점수에 따른 조치를 하는 것인데, 이 적용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예를 들면, 어떤 위원은 “이 사건은 하루 동안 4번을 괴롭혔으니 지속성이 높다고 보아야 합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위원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니 지속성은 낮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내 사건을 어떤 위원이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교내봉사일 수도 있고 출석정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 아이들의 대학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니. 내 입장에서야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 나도 일이 많아지겠군.’ 할 수도 있겠으나 변호사 선임료가 적은 돈도 아니니 누군가는 억울하지만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하지 못하고 그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지금 가해학생을 어떻게 더 엄벌할까가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우리 큰 아들은 5살이다. 직업병을 가진 엄마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학교에 입학하고 12년 동안 친구들과의 갈등은 필연적일 텐데 이 해결방법을 어떻게 미리 가르쳐야 할까. 모 작가의 딸이 질문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가 피해학생인 게 나을까 가해학생인 게 나을까.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가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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