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이 그렇게 긴 시간이었던가
중2아들이 운동할 겸 복싱장을 보내달라고 했다.
작년에 마음이 조금 힘들었던 아들은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살이 15kg 가까이 쪄 있었다. 체중감량도 하고
남자아이들은 운동 한 가지쯤은 하는 것이
몸과 마음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러다,
복싱을 다닌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아들이 복싱대회를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가볍게 출전하는 생활체육복싱대회였다.
프로경기는 아니지만
생활체육도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파링은 혹 다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 나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하는 성격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관장님과 잘 얘기해서 그럼 준비해 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회신청을 하고 매일 꾸준히 가서 훈련을 하며
준비를 했다. 체급에 맞추기 위해 체중감량도 필요해서 식이조절까지
함께 했다. 먹는 것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안쓰럽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었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시합 나가기 직전에는 복싱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서초에 있는 복싱용품오프라인 매장에도 갔다 왔다.
복싱화가 쉽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매장에 가서도 사이즈가 없어서
결국 신어보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아들 덕분에 참 다양한 경험을 한다 싶었다.
그렇게 시합을 준비하고 드디어 대회날!
함께 참가하는 아들친구 아빠가 아이들을 새벽 6시 반에 차로
태워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같이 갈까 했지만 학원에 출전하는 다른 사람들도
본인만 가고 가족들은 오지 않는다고 하여
가지 않게 되었다. (속으로 시합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집에서 연락을 기다리며
다치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맞는 것도 싫고, 때리는 것도 싫은데
어떻게 하나요?
모두 다치지 않고 잘 마치도록 해주세요
엄마가 되고보니
경험하고 싶지 않은일도
경험하게 하실 때가 있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안다.
엄마는 우승도 중요하지 않은데
그래도 아이는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오전 10시쯤 카톡이 왔다.
떨려
평소에 잘 내색하지 않는 아이인데
처음 출전하는 시합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긴장감을 불러오는 듯했다.
떨리다는 아이의 말에
나의 심장 또한 크게 쿵쾅거렸지만
표정을 숨길 수 있는 카톡이기에
이럴 땐 다행이다 싶었다.
괜찮아, 엄마가 살아보니 다 별거 없어
인생의 작은 순간이야.
네가 연습한 것 후회 없이 마음껏 하고 와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연락만 기다렸다.
큰 대회는 아니어도
아이가 실망하지 않게 좋은 성적을 거두길 원했다.
지더라도 다치지만 않으면 상관이 없지만
아이의 간절함을 알기에 그랬던 것 같다.
결과는? 두둥.
중등부 -70Kg에서 우승을 하고 트로피와 상장을 받아왔다.
본인 스스로 준비하고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성취감이 매우 커 보였다.
아이를 태우러 가는 길 트로피와 상장을 들고 웃으며
걸어오는 아이를 보니 너무 기뻤다.
상장과 트로피 때문이 아니라
활짝 웃는 그 얼굴 때문에 기뻤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참 자랑스럽다고 격려를 해주니
대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나중에 경기 영상을 보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수없이 맞고 때리는 장면을 보며
내 몸도 경직되는 듯했다.
귀 아랫부분을 잘못 맞아서 부어올랐지만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에도 또 나간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제 안 나가도 되겠다고 말한다 ㅎㅎ
생각보다 시합분위기가 무섭기도 하고
긴장이 많이 되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