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를 처음 먹어 본 것은 결혼하고 전라도 순천에서 신혼생활을 즐길 때였다.
초보 요리사의 길을 걸었던 신혼 때는 장보고 삼시 세 끼를 하다 보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 버렸다.
음식을 하는 요령도 없고, 할 수 있는 요리도 많이 없다 보니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설명을 열심히 듣고 해야 했기 때문에 더 오래 걸렸다.
주부가 되어 음식을 하다 보니 마트 가는 일이 많아졌고, 시장도 자주 갔던 것 같다.
시장에 나오는 제철 과일과 채소들에 눈이 갔고
계절마다 바뀌는 과일들 가운데 무화과가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남편에게 무화과를 먹어보았냐고 물어보니 먹어보았다고 대답했다.
평소에 맛있는 식당에 가게 되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었는데 맛있으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꼭 데려가서 사주거나 사 오곤 했는데
무화과는 사온 적이 없는 걸 보니 별로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맛이 궁금해서 먹어본 첫 무화과의 맛은 그다지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 입맛이 자극적이고 맛이 좀 강한 걸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이를 낳고 입맛도 차츰차츰 바뀌더니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버섯을 좋아하게 되고, 떡도 좋아하게 되고, 가지, 미역 등
입맛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러다 남편과 마트에 간 어느 날,
무화과 한 박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무화과를 보는 순간 그날따라 꼭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깨끗이 씻어서 4 등분하여 접시에 이쁘게 담았다.
아이들도 처음 본 무화과 모습에 호기심에 하나씩 집어먹었지만
별로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그 이후로 손을 대지 않았다.
나는 오랜만에 먹은 무화과 맛에 푹 빠져 혼자 한 접시를 다 비워냈다.
그 이후로 3박스는 더 사서 올해 무화과를 원 없이 먹었다.
어렸을 땐 맛없던 것들이 맛있게 느껴지고,
어렸을 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화분을 집안에 하나씩 사서 나르게 되고,
엄마가 차를 타고 갈 때 “ 저 산 좀 봐 너무 이쁘지 않니?”라고 감탄하며 말씀하실 때,
별로 감흥이 없던 자연의 풍경을 내 아이들에게 “ 너무 멋지지 않아? 애들아 이것 좀 봐봐”라고 말하는
나를 깨닫게 될 때면,
그렇게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이 음식이 이래서 맛이었구나, 엄마는 그래서 집에 화분을 그렇게 많이 기르셨구나, 엄마가 그랬구나,,
엄마가 되어보니, 나이를 조금 먹어보니 어렸을 적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