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단호하게' 무언가를 결정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번 사안은 뭔가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내리는 결정인데, 사실 다 개소리고 그냥 얽히고 설킨 복잡한 마음 때문에 단호해진다. 나는 보통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통제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리곤 한다. 뒤죽박죽 섞인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시간들이 살짝 고통스러워서 그렇다.
결국 나한테 단호함이라는 태도는 진짜 내 마음을 회피하고 싶을 때 부리는 무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념, 회피를 대신해주는.. 어감이 조금 더 나은 단어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다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항상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이 조금 괴로웠던 문제들을 덮을만한 새로운 자극, 경험들이 다시 나의 삶을 구성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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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괜찮아지는 동안 생각한다.
분명 힘들지만,
단호하게 내린 결정이니까 버틸만하긴 하다고.
분명 아쉽지만,
단호하게 내린 결정이니까 그렇게까지 아쉽진 않다고.
분명 후회되지만,
단호하게 내린 결정이니까 다 타이밍이 있는 거라고.
사실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머리와 마음이 충돌하며 생기는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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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동생이 "언니는 스스로한테 몇 % 솔직하다고 생각해?"라고 물어서 “한 70%?”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나는데,, 애초에 그 대답 자체가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
나는 몇 퍼센트. 뭐 이런걸 따지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방법부터 터득해야하는 사람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