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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May 12. 2021

꼰대가 꼰대에게

Photo by Vlad Chețan from Pexels


'주변에 미인이 앉으면 바보라도 좋아하나, 주변에 노인이 앉으면 군자라도 싫어한다'라는 말이 있다. 노인은 존재만으로도 남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가혹한 말이다. 길거리에서 어린아이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집단의 신진대사에서 대척점에 있는 노인과 아이에 대한 대중의 본능적인 입장 차이라고 볼 수 있다. 


1969 년에 미국의 로버트 버틀러라는 노인의학 전문의가 연령주의(ageism)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을 뜻하는데 특히 노인에 대한 차별적인 생각과 행동을 일컫는다. 코로나 사태 이래 미국이나 유럽의 길거리에서 동양 노인들이 당하는 '묻지 마' 봉변은 인종과 노인 두 가지 차별이 결합된 경우다.


사람의 성별이나 인종, 종교 따위에 대한 편견에 바탕해서 불평등을 강요하거나 배척하면 차별이 된다. 당사자로서 어찌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집단적으로 배척한다는 점에서 노인차별은 인종, 젠더 차별과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경로효친 사상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지만 산업화, 도시화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크고 작은 노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다른 분야의 차별에 비해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미디어에서 노인은 집안에서 손주 돌보며 테레비나 보는 비활동적인 존재로 그려지는데 현실과 거리가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거리에서 산에서 많은 노인을 만난다. 삶의 동선과 가치관이 많이 다른 세대가 한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마찰이 일어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지하철에서 수모를 당하는 노인의 동영상을 보면 분개하면서도, 나 또한 노인으로서 그런 일을 당하거나 목격하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하고 걱정이 된다.


봉변까지는 아니지만 식당이나 카페에 남자 노인들이 들어오면 싫어한다고 한다. 이번엔 젠더와 노인의 차별 '결합상품'이 된다. 초고령화 시대에 인구의 15%가 넘는 집단이 소외당하고 그로 인해 불행감을 느끼면 사회적인 문제다. 생애의 주기에서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종이나 젠더 차별과도 다르다.


이 문제를 너희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협박'이나 애비 에미도 없냐는 경로사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차별은 이유 없는 편견에서 시작되지만 경험에 의한 자기 방어의 동기도 일부 있을 수 있다.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노인이 혹시 무의식 중에 가해자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 보면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다.


노인들이 커피숍에 몰려가서 1) 커피를 인원수보다 적게 사서 나눠 마시면서 2) 장시간 앉아서 3) 큰 소리로 떠든다면, 주인으로선 청년이던 노인이던 달갑지 않다. 이 중에 한 가지 정도면 노인이니까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도 세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고 반복된다면 노인 혐오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노인은 심술궂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인격체라는 통념을 편견이라고 노여워하는 대신,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 발짝 물러서서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사회는 노인을 혐오하고, 노인은 사회를 혐오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노인 차별 문제의 해결에 노인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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