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목적은 신상信賞이다, 필벌必罰의 수단이 아니다.
2020.10. 25. 수정 보완
인사고과 : 기업 내 각 종업원에 대한 인사정보자료를 수집 · 분석 · 평가하는 과정으로서, 인사평가 또는 근무평정이라고도 불리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사고과는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의 자격요건에 비추어서 각 종업원의 근무태도, 업무수행능력, 업무성과, 적성 · 장래성 등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종업원의 합리적 인사처우 및 인재육성 · 활용에 이용하는 인사관리의 핵심과제이다.
다음 백과
UCLA 의 사무엘 컬버트Sam Culbert 경영학 교수는 인사고과 제도를 없애 버리라고 질타하면서 '고과는 가장 교활하고, 가장 피해를 주지만, 가장 보편적인 기업 활동 중 하나이다. 경영자는 그것을 무기로 협박과 두려움의 기업문화를 구축한다'라고 했다.
공감이 간다. 이거 직원들이 엄청나게 신경 쓰는데 비해 방식이 과학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용에 믿음이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 직원들이 이거 신경 써서 더 일을 잘하냐, 그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피평가자인 직원들이 수긍할까? 직원들이 자주 토로하는 불만은 평가의 기준이 성과나 역량이 아니고 충성도와 신뢰도 중심이라는 것, 그래서 평가 결과가 주관적이라는 거다. 사회과학이 이래서 재미있다. 객관적으로 측정이 어려우니까 저마다 할 말이 많다.
그럼 매년 인사고과는 왜 할까? 그것도 평가자들한테는 연말에 몰아서 하지 말고 평소에 해놓으라고까지 하면서. 재미로 평가하는 관리자는 없다, 일부 또라이 빼고는. 더욱이 평가받기 좋아하는 직원들도 없다. 답을 하기 전에 앞에 소개한 컬버트 교수한테 묻는다. 교수님 그러면 평가를 안 하면 무얼 가지고 직원의 성과와 능력을 알아봅니까. 천장에다 CCTV 켜놓고 하나하나 감시할까요?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대안이 없다.
연례 인사이동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인사 철이라고 부르며, 조직 전체가 그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평가를 통하여 조직의 근무 의욕을 높이고 적당히 긴장시키자는 취지인데도, 현실에서는 평가 결과에 좌절하기도 하고, 불만 끝에 저항의 표시로 회사를 그만두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따라서 많은 관리자가 평가작업을 부담스러워하지만 평가는 관리자의 권리이자 피할 수 없는 의무이다. 부하에게 맡길 수도 없는 관리자 고유의 '외로운' 작업을 자기가 평가받듯이 공정하게 그리고 변별력 있게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개중에는 부하들의 불만을 의식해서 획일적으로 피 평가 그룹 전원에게 동일한 점수를 '선사하는' 용렬庸劣맞은 경영자가 있다. 그러면 오히려 조직에 더 많은 불만을 야기시킨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해 주려다 모든 사람을 떨떠름하게 만들면서 직원의 수준은 하향 평준화한다. 변별력은 모든 분야의 평가에 있어서 불가결한 요소다. 관리자는 일단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한 후에는 일정 부분 미움받을 각오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평가는 피평가자의 성과나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알아줌과, 발전이 필요한 아쉬운 부분에 대해 개선을 도모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온당하다. 인사평가를 부하를 다루는 무기로 활용하는 경영자는 비겁하고 안일하다. 교사가 가르치지는 않고 시험 문제만 내고 점수 가지고 야단치는 격이다. 부하의 역량 강화는 경영자의 본연의 임무이고 존재 이유다. 잘못한 직원을 벌주는 채찍으로만 활용할 때, 평가는 협박과 다름이 없으며 협박받는 개인과 조직은 위축된다.
평가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은 당사자의 수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 과정에 반드시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 대화가 포함되어야 한다. 양측이 '마주' 앉아 기간 중 평가자가 항목별로 판단한 결과를 놓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피평가자가 1)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2) 개선을 요하는 부분은 스스로 인정하고 3) 회사의 도움을 받으며 해결해 나갈 의지가 생길 때 그 평가는 성공작이다. 그런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자도 이 부분에서 손사래를 친다
이의호오미견능견기과이내자송자야已矣乎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
어쩔 수 없구나! 나는 아직 자신의 허물을 보고서 안으로 자책(自責)하는 자를 보지 못했다 : 논어 공야장 편 26장 / 낭송논어( 김수경외)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학기말에 교수들이 모여 앉아 각 학생의 수업 참여도, 제출한 에세이 등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재미있는 것은 해당 (피평가) 학생이 그 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교수들끼리만 (학생은 잠시 투명 인간이 됨) 학생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다가 나중에 당사자인 학생에게 교수들의 평가 의견에 대해 해명, 반박할 기회를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은 자신의 학업에 대한 교수들의 '투명'한 견해와 그 배경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자기 자신도 평가자의 일부가 되는 훌륭한 방식이다.
평가 결과는 승진, 이동, 급여 조정 등으로 연결되는데, 적지 않은 평가자가 이를 의식해서 미리 답을 정해놓고 역산하는 '맞춤형' 채점으로 평가를 왜곡시킨다. 작년에 승진에서 미끄러진 직원에게, 또는 쌍둥이를 조기 유학 보낸 형편이 딱한 기러기 아빠에게,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몰아주거나 연봉을 확 올려주는 '작전'을 실시한다. 상대평가 환경에서는 다른 누군가의 평가 점수를 깎아내려야 한다. 이럴 때 군대를 면제받아 나이가 비교적 어린 직원이나, 얼마 있다 이직할 부하가 희생양이 된다. '너는 아직 기회가 많으니까 양보 좀 해.' 이런 관리자는 부하의 개인 사정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보스로 칭송받을지 모르나, 사실상 작정하고 오심을 한 편파 심판이다.
평가 기법의 발전 그리고 평가자의 성숙한 의식이 아쉽다. 실현 불가하겠지만, 일정한 검정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평가 자격을 주었으면 좋겠다. 소심한 평가자, 무서운 평가자, 편파 평가자는 모두 탈락이다.
신상필벌信賞必罰 :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으로,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주는 일을 이르는 말. 다음 한국어 사전
성과에 따라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못한 사람에게 벌을 줘서 동기를 부여하자는 타당한 얘기지만 인사 평가는 잘한 부분, 즉 [신상 信賞]을 하는 도구로만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