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는 상사하기 나름이다
직장에서 윗사람을 잘 만나는 것만큼이나 일 잘하는 부하직원 걸리는 것도 큰 복이라고 한다. 이 말엔 직장에서의 상하 관계를 그저 재수에 의존하겠다는 다분히 피동적인 발상이 깔려있다. 슈퍼스타 부하가 굴러 들어와서 일당백으로 경쟁업체를 초토화시키는 꿈을 꾸는 건 로또처럼 요행을 바라는 심사다.
인간은 다면적이다. 동일한 외부 자극에 대해서도 어디서 누구와 얽혀있냐에 따라 그 반응과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한 사람이 직장에서 동료와 일할 때, 교회에서 교우들과 봉사할 때, 집에서 아이들과 놀 때의 각각의 얼굴은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큼이나 다를 때가 있다. 의사가 캄보디아에서 자선 의료를 베풀 때의 분위기와 휘하 '군단'을 이끌고 대학병원 병실을 회진할 때의 그것도 다르다. 같은 원리를 대입하면 직원이 어떤 직장에서 어떤 상사와 일하냐에 따라, 발휘하는 능력과 근무 의욕이 가변적이란 말이 된다. 따라서 '일 잘하는' 직원은 상당 부분 상사 자신에 의해 결정되는 데도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기다리는 건 무책임하다. 한마디로 부하도 '상사 하기 나름이다' 그럼 상사가 부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귀하게 모셔야 한다
처음 직장에 들어가니 어떤 상사가 부하 직원들의 이름을 막 부르는 데 좀 이상했다. 우리 전통 사회에서 존칭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막역한 친구 사이 아니면 집안에서 촌수가 아래인 어린아이를 부를 때 정도였다. 직장 같은 후천적인 조직에서 친밀한 관계를 도모할 목적으로 이름을 부른다면, 적어도 인간적으로 충분히 가까워지고 난 후에나 생각해 볼일이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하대를 하면서 부하도 편안해할 걸로 여기는 건 착각이고 비민주적이다. 사람은 대우받는 만큼 자존감이 올라가고 직장에서의 자존감은 업무의 질로 연결된다. 대우는 연봉이 전부가 아니고 인격 존중도 한몫을 한다. 그리고 존중은 대개 언어로 표현된다. 하대하는 사람은 편하지만 받는 사람은 그만큼 불편할 수 있다.
'부하'를 사전에서는 '직책상 자기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많은 인간관계 요소 중에 오로지 '직책' 상으로만 아래에 있다는 얘기다. 상사는 '직책상' 업무적으로 부하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나, 부하의 업무를 책임져 줌으로써 그 불편을 상쇄한다. 하지만 상사가 무례한 언사로 초래한 부하의 불편은 직책과 무관하고, 비 업무적이며 상쇄할 수단도 없다. 보상받지 못한 부하의 불편은 불만으로 전환된다. 직장에 불만족한 직원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가까운 동료와 상의하는 것인데,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불만은 집단의 불만으로 발전한다. 상사와 부하 간의 불가피한 업무적 위계질서에서 발생한 긴장을 풀어 주기는 커녕, 한 술 더 떠 반말로 부하를 비하하는 상사는 시대착오적이다. 특히 경험의 비중이 줄어가는 요즘 세상엔 부하로부터 배울 것도 많다. 부하는 파트너이고 동료이다.
알아서 모셔야 한다
주역의 건乾 괘에 나오는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은 군주의 자리에 오르면 우선적으로 천하의 훌륭한 인재를 물색하고 영입하여 도움을 받아야 이롭다는 얘기다. 고대 신분제 사회에서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은 수직관계에 있으면서도, 강剛(굳셈)과 유柔(부드러움)를 보완하고 서로 존중하는 군신관계를 유지했다. 유비와 제갈량이 그 예다.
모든 상사들이 꿈꾸는 로망 중에 '열정적인 부하'가 있다. 그러나 공짜는 없다. 그 열정을 알아보는 상사의 혜안이 필요하다.
기계제품을 유통하는 어느 회사는 주문받은 제품들을 퀵서비스를 써서 대리점에 보내주곤 했다. 그런데 단골로 쓰던 퀵서비스 기사가 대리점에 가서는 배달한 제품의 사용법을 설명해주는가 하면 심지어는 고쳐주기까지 하더란다. 개인적으로 기계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퀵서비스 기사가 회사에서 배달을 시킬 때마다 창고에 와서 어깨너머로 배웠던 것이다. 보통 던져 놓고 가기도 바쁜 퀵서비스 기사가 시키지도 않은 고객 서비스를 자청해서 하다 보니 나중엔 공급사 사장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럴 때 회사의 반응은 대개 퀵서비스사에 경고하고 차후 절대 자사 제품 관련해서 대리점과 주제넘게 상담하지 말 것 등인데 여기는 달랐다. 그 회사는 퀵서비스 기사를 서비스 직원으로 특채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고용했다고 한다.
좋은 부하는 좋은 상사가 먼저 알아본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의 세 가지가 겹칠 때 직원은 열정이 생긴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다섯 단계 중 마지막인 자아실현 단계는 열정이 연료가 된다. 공사장에서 벽돌을 찍는 인부에게 무얼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지금 성당을 짓고 있다'는 대답이 나오는 단계이다.
대화한다
흔히 부하 직원은 상사의 책상 앞에 서서 결재를 받는다. 상대가 서있으면 결재하는 사람이 차분히 내용을 이해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가 불편하다.
읽어볼 필요 없이 형식적으로 결재하는 건들은 아예 전결로 돌리세요!
급한 게 아니면 결재 올린 서류를 찬찬히 읽고 질문을 요약한 다음 다시 부르든지, 아니면 부하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재 과정은 대화의 자연스러운 기회다.
마주 보거나 나란히 앉으세요!
상명하복이 아닌 수평적 분위기에서 시작한 양방향의 대화는 결재 건과 관련 없는 사항까지 전방위로 흘러간다. 회사 조직에서 상사와 부하의 상하 관계는 많이 과장되고 경직되어 있다. 상사에게 맡겨진 권한을 마치 부하의 직업적 생살生殺을 여탈與奪하는 전권으로 인식하여, 부하의 공과 사 모든 것에 군림하려는 뒤떨어진 권위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부하의 역량을 최대로 동원하여 활용하는 현명한 상사는 전략적으로, 또한 인간적으로 상하의 수직 구도를 제한적으로만 가동한다. 인사권과 결재권의 행사를 제외하고는 부하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조직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꼭 필요할 때만 '승인'( approve) 하고 가급적 '동의' (agree)라는 단어를 사용해보세요! 부하를 외부에 소개할 때 '우리 직원'보다는 '내 동료'라고 해보세요!
배려한다
예전엔 술 잘 사 주는 상사가 최고였는데, 요즘 직원들은 사무실이고 밖이고 상사 부하의 구도로 만나 구속받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한다. 그러니 회식도 달갑지 않다. 생색도 못 내고 야근을 하는 셈이다. 회식이 회의가 되는 걸 예방하려면 상사는 적당한 시점에 자리를 떠서 직원들끼리 서로 친목이라도 도모하게 해주는 게 좋다. 주말에 전 직원 등산이나 웍샾을 실시하는 경영자는 직원들 그리고 가족들의 소리 없는 원성을 각오해야 한다.
웍샾이 필요하면 주 중 근무시간에 하세요!
회사마다 복지예산이 있는데 현명하게 집행하지 않으면 돈만 쓰고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직원도 있지만 들어주는 순간 급여가 조금 올라가고 복지는 없는 짠돌이 회사가 된다. 올라간 급여는 순식간에 잊히고 없는 복지는 매일 생각난다.
복지 투자의 본전을 빼고 싶으면 가족을 개입시키세요!
추석 선물을 주더라도 집으로 배송시키면 나중에 직원이 집에 가서 회사 욕을 해도 가족이 회사 편을 들어줄 수도 있다.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호기 부릴 때도 식구들이 말려준다. 회사 송년회에 가족을 초청하면 직원의 체면도 서고, 송년회 끝나고 이어지는 2차 3차 술타령도 예방한다. 아이들 선물을 푸짐하게 주는 건 기본이다. 아이들, 부모, 조부모까지 모인 자리는 '가족적'이다.
신뢰받는다
부하가 상사를 평가할 때 으뜸가는 항목은 신뢰다. 내가 저 인간을 믿고 몸 바쳐 일해도 될까? 하는 부하의 의심을 통과하는 상사는 많지 않다. 한두 번의 선심으로 환심은 사도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신뢰는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고, 진정성은 인간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쉽게 알아본다. 부하의 업적이 상사의 업적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그 반대보다 많다. 상사를 위해 일을 하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고 보호막이 돼 줄 때, 부하는 진정성을 확인한다. 상사와 부하는 명령과 책임을 맞교환한다. 따라서 부하가 저지른 문제에 대해 안에서 부하를 질책할 수는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상사가 책임을 지고 대신 매를 맞는 게 당연하다.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직장의 상사와 부하가 평생의 친구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무신불립 無信不立 :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라는 뜻으로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자공(子貢)이 정치(政治)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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