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가볍게, 인생도 가볍게
'와일드 Wild'는 셰릴 스트레이드 Cheryl Strayed 가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책은 미서부를 종단하는 PCT 4,286km를 여자 혼자 걸으면서 자신이 겪어온 시련과 두려움을 극복해 내고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회복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이 '몬스터'라고 불렀던 거대한 배낭 속 무거운 물건들을 버리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해방감을 느낀다.
우리는 짐 꾸리는 일로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여분의 옷가지나 신발, 예비로 욱여넣은 잡동사니로 여행 가방은 빵빵해지고 지퍼가 안 닫힌다. 그러나 가져간 책들은 한 권도 채 못 읽고 가져오는가 하면 정작 필요한 칫솔 치약은 빼놓고 가서 여행지 첫날 저녁부터 불편을 겪기도 한다.
1박 2일 캠핑 가는 초보의 짐이 이삿짐 같다. 장 보면서 식욕 당기는 대로 식재료를 담다 보면 일주일 치에 육박한다. 하지만 겨우 두 끼 해 먹고 돌아오기 일쑤다, 그중 한 끼는 라면.
가볍게 여행하라 (Travel Light)!
짐이 가벼워야지 자유롭게 움직이고 편안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리를 잘하면 짐의 부피가 줄고, 욕심을 버리면 짐의 무게가 줄어든다. 내게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능력이다, 여행도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어려웠던 상황이나 슬픈 상처 후회스러운 선택을 기억하고, 미래의 불안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걱정 속에 살아간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미래의 불행을 방어하기 위해 걱정한다.
하지만 과거의 회상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면 인생의 짐이 되고 새로운 기회와 행복을 찾는 데 방해가 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도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러려면 후회와 자책감, 고통의 기억을 정면으로 직시해서 분해하고 정리해야 한다. 짐도 기억도 정리하면 차지하는 공간이 줄고 여유가 생긴다. 말과 글로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기억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미래의 걱정은 구체화해서 대비하면 불안감과 두려움이 줄어든다. 무서운 게 있으면 그림으로 그린다는 사람도 있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는 건 가능하다.
무거운 기억과 불필요한 걱정은 우리 인생에 짐이 되어 자유와 행복을 제약한다.
문제나 고통을 숨기거나 부정하면 짐은 더 커진다. 내가 가진 짐을 인정하고 동반자와 나누자.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엔 여럿이 짐을 나누라는 의미도 있을 터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서로의 짐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다.
짐이 가벼워지면 현재의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새해는 가볍게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