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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재고 觀我齋稿] 번역 :흥에 겨워 붓을 놀려...

원문 14-15 페이지

by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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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에 겨워 붓을 놀려 시를 읊조리다.


절벽에 고목을 붙이고, 마른 가지 몇 개 더한다. 푸른 산봉우리 그려내면 다시 맑은 호수를 그리리라.


마음이 먹물과 자연의 기운에 하나 되어, 좋은 그림 거둘 때면 온갖 시름 사라진다.




신도[1] 객관客舘에서 병풍에 쓰인 당시唐詩를 차운次韻 [2]하다


아득히 서쪽에서 온 파도가 넓게 퍼지는데, 어제도 오늘도 바닷길을 나선다.


베개 베고 누우니 마치 배 위에 있는 듯, 바람 소리가 노 젓는 소리로 들리네.


[1] 인천 앞바다에 있는 섬

[2] 남이 지은 시의 운자韻字를 따서 시를 지음




두보杜甫의 '진주잡시 秦州雜詩'[1]를 차운해서, 섬을 여행하며 잡시(雜詠)를 짓다.


감히 (공자의) 뗏목 타는 뜻을 따르려다[2], 정말로 바다를 떠돈다.


돛을 올리니 비로소 시원함을 느끼지만, 노를 저을 때마다 시름이 절로 생겨난다.


달빛 희고, 인어(鮫人)가 노는 밤에, 물결 높고 바다는 가을 같다.


망망茫茫 하게 넓은 세상, 삶에 얽매인 자신을 비웃노라.


[1] 당나라 시인 두보가 진주(秦州, 현재 중국 감숙성)에서 지은 시들 임. 총 20수首로 구성됨.

[2] 논어 공야장 ‘乘桴浮於海(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나고 싶다)’ 인용 추정



其二


준마 달리던 넓은 들녘 두루 보고, 거듭해서 용궁을 유람한다.


외진 땅 인적마저 드물고, 찬바람에 배는 비었다.


돌아갈 마음은 북극성에 매달리고, 나그네 길은 남풍을 빌려 탄다.


한 빛깔 물과 구름이 넓어, 해가 떠오르니 비로소 동쪽을 알겠구나.


其三


개펄의 진흙은 온통 검은데, 소금이 피어나니 흰모래 같다.


가지런히 소금 달이는 가마, 움푹 들어간 벽으로 바람을 피한 집이라.


물가에 작은 고깃배 매어 두고, 강 따라 말 우리가 비스듬히 서 있다.


비옥한 땅이라 할 수도 없지만, 산과 물에 어찌 자랑이 필요하리.



'관아재고 觀我齋稿'는 조선 후기의 문신 조영석趙榮祏 (1686 숙종 12~1761 영조 37 )의 시詩·서序·기記·제발題跋 등을 수록한 시문집입니다. 책에는 18세기 한국의 시·서·화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저자 조영석은 물론 정선·이병연 등에 관한 기록들이 많습니다. 1984년에 필사본 2 책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영인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원문 이미지를 제공했습니다.

번역 습작입니다. 수정 제안은 댓글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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