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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재고 觀我齋稿] 번역: 큰 고개는 어찌 그리 ..

원문 19-20페이지

by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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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재고 觀我齋稿'는 조선 후기의 문신 조영석趙榮祏 (1686 숙종 12~1761 영조 37 )의 시詩·서序·기記·제발題跋 등을 수록한 시문집입니다. 책에는 18세기 한국의 시·서·화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저자 조영석은 물론 정선·이병연 등에 관한 기록들이 많습니다. 1984년에 필사본 2 책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영인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원문 이미지를 제공했습니다.

번역 습작입니다.



其十三


저 큰 고개는 어찌 그리 높고도 험한가, 강가엔 외딴집 몇 채만 드문드문.


관청 산은 우거졌지만 마을 길의 반은 진흙과 모래다.


논밭은 없고 울타리엔 채소만 가득,


철 지나 찾아온 나는 진달래꽃을 놓쳤다.



其十四


용이 내려앉은 섬, 땅이 높아 하늘 멀리까지 보인다.


낡은 돛단배 누워있고, 남은 곡식이 창고의 흔적을 전한다.


거센 바람에 산속 집이 위태롭고, 새벽 추위에 골짜기 샘물은 얼어붙었다.


일어나 내일 갈 길을 보니, 여전히 물과 구름뿐이다.



其十五


만호萬戶라 했으나 지금은 허울뿐인 이름, 외딴섬에 버려진 마을.


관아는 깊은 골에 들어앉았고, 봉화대는 산봉우리에 서있다.


뿔피리가 밤을 깨우고, 두 개의 깃발이 나그네 발길을 되돌린다.


장군은 바다 끝에 지쳐 누웠고, 울적함에 머리카락은 희어져 간다.



其十六


해변의 버려진 논두렁에서 백학 떼를 자주 마주친다.


짝을 지어 나란히 물가에 내려와, 저마다 높고 멀리 날아오른다.


구름 스친 곳마다 흰 깃털은 서리가 되고, 돌아올 땐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고개를 돌려 떠나려 하니 미련이 남고, 학의 맑은 울음소리가 아직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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