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대책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부패국가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전통'은 역사적으로 전승된 사고와 행위 양식이다. 적어도 조선시대 이래 관리들에 의해 자행된 부패는 우리 의식과 생활에 관성적으로 뿌리내렸다. 가해자인 부패의 주체와 피해자인 방관하는 국민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우선 우리 모두의 의식에 박혀있는 부패에 대한 (관대한) 관점부터 세탁해야 한다. 긍정적인 세뇌를 당하자. 정권의 주기를 초월하는 호흡이 긴 국민운동으로 이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정학 같은 제도적 징계보다 학생들에게 계도를 맡기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한다. 학생들끼리 모여 심사해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 문제 학생이 또래 학우들 앞에 나와 '자아비판'하고 사과하는 방식이다. 자기 친구들 앞에서 뉘우치고 약속하면 '재범'의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죄가 절도보다 형량이 높은데도, 가해자 피해자 양쪽 모두 체감하는 죄책감이 약한 게 문제의 핵심이다. 청문회장에서 거론된 위장 전입 건에 대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공직자 후보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저 선수끼리 그런 거 가지고 트집 잡는 야당 의원이 미울 뿐이다. 사과보다는 '국민 눈높이' 어쩌고 얼버무리며 다음 질문으로 내뺀다. 법률 위반이나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 전체가 감시자가 되어서 주위에서, 집안에서 부정부패의 파렴치함을 꾸짖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부패범이 진정으로 수치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다. 국민 모두가 부패행위의 피해자라는 걸 인식하고, 이를 방관하는 것은 내 집 도둑질하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는 것만큼이나 비겁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부패범은 자기 식구들, 동네 창피해서라도 범법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체면에 죽고 사는 민족이다. 형벌보다 남의 눈을 더 무서워한다. 체면 지키려고 감옥 가는 사람이 있다.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백성을 권력과 형벌로만 다스리면 벌을 벗어나려고만 하고 수치심을 못 느끼지만, 도지이덕 제지이례 유치차격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덕과 예로 다스릴 때 백성은 비로소 죄의식을 느끼고 스스로 바로잡는다. : 논어 위정爲政 편
노래자랑 심사위원이 꼭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지만, 부패를 감시하는 사람은 깨끗해야 한다. 똥 묻은 개는 물론이고 겨 묻은 개도 겨 묻은 개를 나무라지 못한다. 감시 자원을 기르고 늘려서 이 딜레마를 극복하자. 잠자고 있는 깨끗한 개들을 깨워서 짖게 해주자. 쌀에 돌보다는 쌀이 많다. 그리고 그 깨끗한 개가 나무라는 행동을 격려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우리 민족의 특징은 한다면 하는 것이다. 공중변소처럼 순식간에 바뀐다.
최고의 감시자는 자기 자신이다. 권력자는 공정한 권한 행사에 사명감과 긍지를 느끼고 재미를 붙여보자. 결국 습관이다. 담배 끊듯이 인내하자. 부패의 결과물인 편익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 회사 법인카드 긁어서 식구들하고 외식하는 건 도둑질이다. 몇 푼 안 되는 거 가지고 사람만 추자워진다. 거꾸로 내 돈으로 회사 동료들에게 술 한잔 받아줘 봐라. 대화 내용이 깊어진다. 더럽고 순간적인 편익 대비 사회로부터 받을 청렴한 지도자 칭송을 비교해보자.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고백하자, 너희 부모와 조상은 부끄럽게도 부패한 후진 사회를 살아왔다고. 그리고 부탁하자, 미래 세계를 선도하는 정의롭고 현명한 너희들이 이제 이 고리를 끊어 달라고. 근본 대책은 교육이다.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를 면제받은 친구 놈은 사회의 낙오자라는 생각이 들게 끔 부정부패 예방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