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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Aug 29. 2020

숫자에 게으른 경영자

관리    이렇게 경영하면 회사 문 닫는다

이렇게 경영하면 회사 문 닫는다

미국에서 근무할 때, 아내는 미화 200불이면 한국 돈으로 얼마쯤이냐고 물었다. 대충 20만 원 정도라고 얘기해 주면 며칠 있다 다시 40만 원은 달러로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이 순환 질문을 가끔씩 반복했다. 자기는 숫자에 약하다는 게 변명이었는데, 사회보장 번호, 주민번호는 외우면서 200*1000을 자력으로 계산하지 못한다는 건 게으른 자의 변명이었다. 아내는 그나마 옆에 참을성 있는 남편이 있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숫자에 게으르면' 큰일 난다. 회사에서 '큰 일'의 끝판은 도산이다. 기업의 건전성은 각종 재무 수치를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계산기 두드리는 것보다, 점심때 동창 만나 소맥 주고받으며 프로젝트 정보 챙기는 게 더 경영자스럽다고 믿는 경영자가 꽤 있다. 경영자가 수시로 각종 지표를 점검하는 건 기본이다. 숫자에 대한 강약과는 무관하며 관심의 문제다.  


숫자에 밝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남보다 숫자를 잘 외우거나 암산이 빠른 사람일 거다. 회사 운영엔 숫자에 밝은 사람보다 숫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관심은 재능이 아니라 열정에 속한다. 정확한 숫자보다 빠른 자료가 유용하다. 현직에 있을 때, 달이 바뀌자마자 전월 손익이 어떻게 나왔냐고 재촉해서 관리부 동료들이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나는 대충 만 이래도 알자는 건데, 역설적으로 정확한 숫자가 나와야 대충을 얘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럴 때 실력 (열정) 있는 경영자는 안 보고도 그 '대충'을 근사하게 짐작한다. 


아무튼 경영자는 새벽 두 시에 깨워도,  회사의 개괄적인 살림살이 현황을 10%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중얼거릴 수 있어야 한다. 매출이 150 정도고 거기서 원가 빼면 40-50 매출 이익이 나오는데, 관리비 제하고 나면 영업이익이 25 정도 남고.... 고정비 비율은 15% 선에서 막아야 되는데 해마다 늘어나서 걱정임.. 중얼중얼... 재고자산 회전율이 5를 넘어가지 못해 자금 회전이 빡빡함. 그래서 외상매출금 회수기간은 단축해야 하고.. 그래도 적어도 두세 달 현금 흐름은 무난한 상태..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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